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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의 스포츠IN] '영원한 현역' 송해처럼

고 송해가 3년전 출연한 KBS 생로병사의 비밀 영상 캡처

즐거운 일상, 늙어도 할 수 있는 일, 긍정적인 생각, 사람을 아끼는 마음, 그리고 꾸준한 운동.

최근 별세한 고(故) 송해(95)의 일상이었다.

송해는 1955년 데뷔해 66년째 연예계 현역으로 활동했다. 전국노래자랑 MC는 1988년 5월부터 최근까지 맡았다. 영원한 현역, 원조 국민MC, 만인의 오빠, 일요일의 남자, 작두장군 등 별명들은 그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젊은 시절 6개월 병원신세를 졌다. 송해는 “퇴원할 때 의사가 ‘적당히 운동하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가 한 운동은 걷기다. 녹화가 없는 날 서울 종로 사무실로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했다. 송해는 3년 전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해 “신촌을 갔는데 신촌역이 워낙 깊어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숨이 찼다”며 “그때부터 전철을 타면서 계단을 걸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송해는 “나는 무척 강한 발을 가졌다. 한번도 발이 아파서 못걷겠다는 느낌이 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아주 바른 자세로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고 송해가 3년전 출연한 KBS 생로병사의 비밀. 송해는 녹화가 없는 날 지하철로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 출퇴근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 부지런히 인사를 나눴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영상 캡처

송해는 70년 가까이 왕성하게 일했다. “나는 딴따라다. 영원히 딴따라의 길을 가겠다. 우리들(연예인)이 없으면 사회가 재미없다”며 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고령에도 대본을 소화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 꾸준한 운동이 뇌의 가소성을 높여주고 노인성 뇌질환을 예방한 덕분이리라. 그가 숱한 슬픈 개인사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것, 100세를 앞두고도 젊은이처럼 일할 수 있는 것은 심신이 건강한 삶을 평생 살았기 때문이다.

몇해 전 영화 ‘인턴’이 상영됐다. 창업 1년 반 만에 크게 성공한 패션업계 대표 줄스(앤 해서웨이 역)가 수십년 직장생활 속에서 노하우, 경험을 터득한 70세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를 인턴으로 채용한 뒤 겪는 다양한 변화들이 소재다. 벤은 젊은 동료들과 잘 지냈고 일도 잘 했으며 대표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송해, 벤 휘테커 모두 나이가 들어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했고 사회와 젊은세대는 그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했다.

영화 ‘인턴’ 장면들.

우리 사회는 은퇴를 앞둔 사람들을 뒷방 늙은이, 퇴역 취급한다. 팔팔하게 일할 수 있는 60세 안팎, 사람들은 대부분 일선에서 물러난다. 평생 쌓은 노하우는 은퇴와 동시에 사라지는 느낌이다. 은퇴 후 경력을 연장하는 사람은, 불행하게도, 소수에 불과하다. 청년 취업 지원 정책은 쏟아지지만, 은퇴자 경력 연장 정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시니어 인턴제를 해보는 건 어떨까. 얼마 전 만난 중소기업 사장은 “우리보다 더 큰 시장에서 오랫 동안 일 한 분들은 중소기업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재”라며 “은퇴자를 고용할 때 정부가 임금을 일부라도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은퇴자를 위한 공유 오피스도 생겼다. 노하우, 경험치, 네트워크를 다시 활용하기 위함이다. 적자를 이유로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은 말도 안 된다. 고령층 무임승차로 발생하는 적자보다는 이들이 경제적 부담없이 많이 움직이면서 지인들을 만나고 소일거리를 찾는 데서 생기는 우울증 예방 및 정신적·심리적 안정, 의료비 절감, 자녀 부양 부담 감소 등 사회적 편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송해는 누가 봐도 ‘딩동댕’ 삶을 살았다. 계속 움직였고 계속 만났고 계속 일했고 계속 웃었다. 우리 주변에는 ‘영원한 현역’으로 일할 자격을 갖춘 오빠, 형, 누나, 언니들이 엄청 많다. 그들이 송해처럼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리 사회가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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