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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 ‘안나’, 수지의 또 다른 얼굴을 보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의 한 장면. 사진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지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한 번도 듣지 못한 수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2011년 KBS2 ‘드림하이’에서 앳된 얼굴로 연기 신고식을 한지도 벌써 11년. 수지는 진짜 배우의 관문에 섰다.

수지는 지난 24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로 돌아왔다. 2020년 12월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스타트업’ 이후 1년 6개월 만에 공개되는 작품이다. 대외 활동으로는 지난 2월 나온 디지털 싱글 ‘새틀라이트(Satellite)’ 이후 4개월 만이다. 20대 후반,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분수령에 해당하는 지금의 시기에 수지는 어려운 도전을 결정했다.

‘안나’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모사하는 ‘리플리 증후군’을 모티프로 정한아 작가의 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지방 소도시에 살던 능력이 출중한 주인공이 우연히 다른 사람의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그 여파가 겉잡을 수 없이 퍼져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인생에 큰 파고를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6부작인 드라마는 지난 24일 금요일 2부가 먼저 공개됐다. 물론 전체 3분의 1의 분량으로 수지의 연기를 모두 판단할 수 없지만 일단 그는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택했고, 깊이를 택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의 한 장면. 사진 쿠팡플레이

수지가 연기하는 이유미는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재능이 있던 아이였지만 가난한 집안사정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한다. 결국 있던 학교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생에서 중요한 고 3의 시기를 혼란으로 보내고 결국 원하던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한다.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던 그는 결국 자신의 합격소식을 거짓으로 전하고 그에 맞추기 위해 삶을 왜곡한다.

한 차례의 시련이 있었고 그는 다시 정신을 차려 제대로 살려 노력하지만, 노력해도 되지 않는 현실과 가진 이들의 무시에 환멸을 느껴 결국 자신이 그린 삶을 살기로 한다. 수지는 이 과정에서 보여주지 않은, 들려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핏기 없는 얼굴과 초점 없는 눈동자다. 예쁜 얼굴에 능력은 출중했고 자존감도 높았던 유미의 모습은 거듭되는 시련 속에 조금씩 시든다. 수지는 화장기 없는 얼굴과 영혼을 잃어버린 눈으로 이러한 상황의 상실감을 표현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유미가 ‘안나’로 이름을 바꾸면서 조금씩 다른 사람의 인생에 젖어든 이후에는 화려한 메이크업과 머리, 의상 등으로 반전된다.

그리고 드라마 내내 깔리는 저음의 목소리다. 수지는 가수 데뷔 때부터 가장 저음 파트인 곡의 인트로를 소화하면서 저음에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라는 포지션과 배우로서는 ‘첫사랑의 아이콘’ 등으로 밝은 이미지로 규정이 지어진 탓에 어두운 이미지는 가까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나’를 만난 수지는 유미의 담담한 심경을 저음으로 전할 수 있게 되면서 특유의 매력이 배가됐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의 한 장면. 사진 쿠팡플레이

초반 낮게 깔린 유미의 목소리는 그의 낮아진 자존감을 상징하지만 중반 이후 권력을 갖게 되면서 낮은 유미의 목소리는 다른 이의 인생을 살면서 높아진 자존감으로 도리어 다른 사람을 압박하는 그만의 무기로 쓰인다.

수지는 드라마를 통해 19세부터 39세에 이르는 20년을 연기하고, 모습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화려한 착장을 하는 등 간극이 큰 역할을 연기했다. 이는 밝거나 유쾌하거나 또는 아름다운, 수지의 지금까지 이미지를 배반하는 일이다. 진정한 발전은 지금까지 자신이 가진 틀을 깨는데서 부터 시작한다. 수지는 20대 후반, ‘안나’를 통해 이러한 도전에 나섰다. 아직 내용이 남았지만 그 노력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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