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경연예연구소] ‘이브’, 이 드라마의 장르는 코믹인가요

tvN 수목극 ‘이브’의 포스터. 사진 tvN

“이 드라마 장르는 코미디인가요?”

최근 드라마의 시청행태가 TV보다는 스마트폰 등으로 바뀌면서 새롭게 생겨난 풍속도가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함께 채팅하는 기능이 발달한 것인데 각종 포털사이트, 방송을 생방송으로 전하는 OTT 서비스에서는 수많은 사용자가 드라마를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이 채팅방에서 tvN 수목극 ‘이브’의 이야기가 뜨겁다. 드라마의 시청률은 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으로 4% 언저리로 평범한 수준이지만 매번 본방송이 있을 때마다 드라마의 채팅방은 사용자들로 넘쳐난다. 거기서 나온 이야기다. 이 드라마의 장르가 코믹인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은.

‘이브’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과거 재벌가의 야욕으로 모든 걸 잃었던 주인공 라엘(서예지)가 복수의 화신이 돼 윤겸(박병은), 소라(유선) 부부를 비롯한 그들의 재벌 카르텔에 균열을 일으키고 파멸을 부른다는 내용이다. 그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은평(이상엽)은 라엘을 동정하고 라엘은 복수인지 연민인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빠져든다.

tvN 수목극 ‘이브’의 한 장면. 사진 tvN

드라마는 굉장히 자극적이다. 모든 부분에 있어 일정한 수준을 넘어 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우선 클로즈업이 많고 필터링이 많이 된 배색을 쓰며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품들이 있는 미장센이 과하다. 그리고 극 초반부터 유혹의 결과물로 잦은 정사 장면이 등장하고 그에 맞춰 오열하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감정도 과하다.

문제는 이러한 과한 정서가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감흥을 넘어 기이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중에서는 그 과함을 ‘병맛’ 즉 웃긴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가장 즉각적인 피드백을 볼 수 있는 채팅방에서는 라엘 역 서예지가 속삭이거나 탱고를 추거나 치장이 과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는 반응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라엘의 캐릭터는 ‘이 세상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복수를 위해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철저히 계산된 모습으로 재벌가에 스며들긴 했지만 최근 라엘의 모습은 ‘저 세상’에서 온 것 같다. 학부모 모임에서 소라를 자극하며 혼자 춤을 춘다거나, 윤겸에게 자신과 아내 중 하나를 택하라고 윽박지르면서 나오는 목이 졸린 것 같은 발성 등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웃음버튼’이 됐다.

tvN 수목극 ‘이브’의 주요장면. 사진 tvN 방송화면 캡쳐

주인공의 분노나 상처, 복수 같은 뜨거운 감정이 시청자들에게 실소로 받아들여진다면 드라마의 기획 의도는 빗나간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이브’는 이러한 반응을 자초한 경향도 있다. 주인공 서예지는 과거 ‘가스라이팅’ 논란으로 큰 구설에 올랐지만 제대로 이를 해명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두고 극 중 윤겸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장면에서 “또 가스라이팅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또한 드라마는 산부인과 성형이나 자해, 폭력 등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드라마 안에서 무너져버린 도덕적 감수성을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결국 선을 넘은 ‘이브’는 어느 순간부터는 유희 또는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측면도 있다.

이번 주 방송, 또 많은 시청자들이 ‘이브’를 보기 위해 온라인에서 모일 예정이다. 과연 이 드라마의 장르는 ‘복수’, ‘치정’인가 아니면 ‘병맛 코미디’인가. 남은 분량을 책임진 제작진에서 대답해야 할 차례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