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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훈에게 ‘순정남’을 발견하다

배우 박훈,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박훈에게도 ‘순정’은 있다. 남성미 가득한 이미지는 잠시 접어두고, 동화 속 키다리 아저씨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해냈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에서다. ‘혜승’(김희선)을 잊지 못하는 순정파 차석진 역을 맡아 여심을 자극한다.

“제겐 이런 역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요. 사람은 이미지로 판단하기 쉽잖아요? 제가 ‘밀크남’ 이미지는 아니라서, 늘 센 캐릭터 위주로 출연 제안을 줬는데 ‘차석진’ 역이라니! 처음엔 ‘나한테 제안한 거 맞아?’라고 되묻기도 했어요. 정말 신선했으니까요. 제 안의 여러 색깔을 보여주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출연하게 됐어요.”

박훈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블랙의 신부’서 호흡을 맞춘 김희선에 대한 존경심, 작품에 대한 만족도, 요즘의 고민 등을 속시원하게 털어놨다.

■ “순정파 차석진 役 위해 10kg 감량”

그는 이번 작품으로 180도 다른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 뒤엔 남다른 노력이 숨어있었다.

“체중을 많이 뺐어요. 10kg 정도 감량했죠. 멜로 라인이 있기 때문에 살이 찌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또 다른 동료들 외모가 굉장히 훌륭했기 때문에 저 역시 꾸밀 수 있는한 꾸밀려고 했고요. 외형 뿐만 아니라 말투도 고치려고 했어요. 악역을 맡으면 한마디를 해도 삐딱하고 날카롭게 말하곤 했는데, 이번엔 평소에도 따뜻하게 말하려고 노력했죠. ‘차석진’의 따뜻한 매력을 몸에 붙이려고 했어요.”

OTT플랫폼 넷플릭스 ‘블랙의 신부’ 속 박훈(왼쪽)과 김희선(가운데), 사진제공|넷플릭스

처음 도전하는 ‘순정파’ 연기라 어렵진 않았을까. 그는 오롯이 그 공을 김희선에게 돌렸다.

“전혀 연구할 필요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제 상대역이 김희선 선배였으니까요. 존재 자체가 압도적인데, 그 선배 앞에서 ‘순정파’ 연기가 안 되면 제가 어디 이상한 것 아니겠어요? 하하하. 굉장히 큰 도움을 받았어요. 김희선 선배야말로 대한민국 모든 남자의 첫사랑 아이콘이니까요. 예전 팬으로서 좋아했던 기억을 끌어와 ‘차석진’ 위에 얹는 게 무척이나 편했어요.”

오히려 석진이 ‘혜승’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놓아주는 엔딩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웠다는 그다.

“사랑한다면 소유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 아닌가요? 근데 사랑하는 여자를 놓아준다니 ‘이게 무슨 느낌이지?’ 싶었어요. 거의 부모 급의 사랑이잖아요. 그래서 연기하기가 힘들었어요.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으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죠.”

■ “김희선과 호흡 꿈꾸던 나, 실제로 이뤄 꿈만 같죠”

이번 작품 출연 이유 중 8할을 ‘김희선’으로 꼽았다. 그만큼 함께 연기해보고픈 선배였다고 고백했다.

“김희선 선배와 연기하는 게 꿈같은 일이에요. ‘이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는구나’ 싶었죠. 대학 동기도 ‘예전에 니가 자취방에서 김희선 출연작을 보면서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더니 드디어 꿈을 이뤘구나. 멋있다’고도 했어요.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되니 더 꿈만 같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김희선 선배에게도 이 얘길 해주며 감사하다고 인사했어요.”

그만큼 팬심으로 다가섰던 작업이었기에, 마지막 촬영 땐 김희선에게 꼭 마음의 선물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촬영하던 터라 관계자 외엔 촬영장에 출입할 수 없었어요. 그 와중에 김희선 선배 촬영이 우리들보다 훨씬 일찍 끝났는데, 그렇게 조용히 보내주기가 싫더라고요.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몰래 찾아가 마음을 담은 편지를 선물했어요. 제가 원래 팬이니까 팬레터를 쓴 거죠. 하하. 현장에서 절 비롯해 동생들을 이끌어가는 선배를 보면서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정말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 그대로 적었어요. 제겐 정말 큰 영향을 준 선배니까요.”

그도 이젠 현장에서 어엿한 선배 대열에 설 연차다. 요즘 고민은 그것과도 맞닿아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해야한다. 욕을 먹더라도 내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젠 조금 다른 고민이 들어요. 이제는 더이상 연기를 경험하듯 할 게 아니라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할 시기라고요. 실제로 잘해내야 하고, 못하면 처절하게 욕먹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기할 때 전보다 더 예민해지고 있어요. 물론 ‘다른 선배들도 다 겪는 성장통이겠지?’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지만요. 또 현장에선 어느 순간 선배가 되었는데, 누군가에겐 버팀목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느껴요. 그럴려면 제 자신이 단단해져야 하죠. 잘된 결과물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스스로에게 주는 시기에요. 이런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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