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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호의 PM 6:29] 전 감독 X가 말하는 SSG가 강한 이유

승리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SSG 선수들.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야구 감독 출신 한 인사의 최근 목격담이다. SSG가 아쉽게 패한 날, 선수들이 우르르 경기장 출구로 빠져나가는 시간이었다. 역시 경기장을 떠나려던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이사가 가던 길을 잠시 멈췄다. 선수들이 모두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감독 출신 X는 “경기에 지고 난 뒤 선수들 마음이 좋을 리 없다. 감독은 물론 스태프도 마찬가지다. 경기에 지고 빠져나가는 선수들이 가뜩이나 속 상한 상황에서 구단 사장 얼굴 보면 부담만 생길 것이라는 것을 구단 사장이 먼저 헤아리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드문 장면이어서인지 눈에 들어왔다.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SSG는 지난 겨울 이후로 선수단 지원이 가장 화끈한 팀이었다. 4년 총액 151억원을 과감히 투자해 메이저리그 잔류를 준비하던 김광현을 유턴시켰다. 샐러리캡 시행 시즌을 앞두고 연봉 1위 팀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었지만, 정밀한 계산 끝에 박종훈과 문승원, 한유섬 등 예비 FA들을 다년계약으로 미리 묶는 광폭 투자를 이어갔다.

전 감독 X의 눈에는 이같은 릴레이 계약이 전체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촉매제’로 보였다. X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크나큰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여러 선수가 ‘나도 선배들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선수들의 심리가 보통 그렇다”고 말했다. 선수단 전체에 일종의 ‘뛰는 맛’이 생겼다는 얘기였다. 투자할 타이밍을 찾는 것, 타이밍을 찾았을 때 아낌 없이 쏟아붓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SSG는 타이밍을 봤고, 또 움직였다.

2017년 KIA로 트레이드됐던 김민식이 올시즌 트레이드로 다시 돌아온 것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X가 주목한 것은 과거 이력을 떠나 당장 현장이 필요로 하는 자원이라면 누구라도 불러온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구단은 트레이드로 한번 보낸 선수를 다시 데려오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보낼 때는 보낼 수밖에 없는 나름의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SG는 포수 뎁스 강화라는 눈 앞의 전력 보강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움직였다. 방출 시장에서 영입한 베테랑 노경은이 마운드에서 ‘수십억짜리’ 투수처럼 공을 던지며 대박을 터뜨린 것도 그저 요행은 아니었다.

프런트의 지원과 간섭을 구분하지 못하는 구단 수뇌부들이 여전히 있다. 현장 지원이 절실한 타이밍에서는 햄릿처럼 망설이고, 인내하며 지켜봐야할 타이밍에서는 오히려 돈키호테처럼 거침 없이 간섭하는 구단 수뇌부들이 여전히 있다.

김원형 감독의 리더십, 클럽하우스 고참들의 책임감,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승부욕 등 SSG가 올시즌 잘 풀리고 있는 데는 여러 장면이 복합적으로 보인다. 프런트의 행보 역시 지금 KBO리그의 보편적인 모습에 대비하자면 아주 특별한 대목이다. X는 “밖에서 보니 보이는 게 더 많아졌다. SSG가 왜 잘 되는 지도 여러 각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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