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롯데 외국인 투수는 티셔츠를 좋아해

롯데 찰리 반즈(오른쪽)이 자신과 글렌 스파크맨, 통역을 맡고 있는 이준서 매니저(왼쪽)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고척 | 김하진 기자

지난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롯데 외인 투수 찰리 반즈는 경기 후 특별한 티셔츠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반즈는 7.1이닝 1안타 7삼진 무실점 투구로 팀의 3-0 승리를 이끌어냈다.

티셔츠에는 반즈 자신과 이준서 매니저, 그리고 얼마전 팀을 떠난 글렌 스파크맨이 그려져 있었다. 올해 반즈와 시즌을 함께 시작한 스파크맨은 2승4패 평균자책 5.31로 부진했고 결국 지난달 방출됐다. 대신 댄 스트레일리가 다시 롯데로 돌아왔다.

반즈는 “스파크맨을 기억하려고 했다. 스파크맨과는 지난해에도 미네소타 트리플A 구단인 세인트 폴 세인츠에서 함께 뛰었다가 그가 일본으로 이적하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이루고자 하는게 쉽지 않아서 다시 작별했지만 아직도 연락 중이다”라고 말했다. 반즈는 “스파크맨의 수염을 빨간색으로 바꾸면 댄 스트레일리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시즌 10승째를 달성한 날 티셔츠로 옛 동료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쉐인 유먼의 티셔츠. 경향신문DB

티셔츠로 메시지를 전달한 건 반즈 뿐만이 아니다. 롯데는 티셔츠를 통해 팀워크를 자랑한 외인 투수들이 있었다.

‘원조’는 쉐인 유먼이 있었다. 유먼은 2012년 롯데와 계약하며 처음으로 KBO리그에 발을 들였다. 그 해 13승 7패 평균자책 2.55로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그의 활약은 마운드 위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사직구장 앞에서 찜닭을 종종 즐겨먹었던 유먼은 2013년 4월 중순에 ‘찜닭 힘!’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선수단에게 나눠줬다. 당시 4연패에 빠져있던 팀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직접 75만원 상당의 사비를 들여 티셔츠를 제작했다.

‘찜닭 힘’이 적힌 유먼 제작 티셔츠. 롯데 자이언츠 제공

다음 해에는 앞면에는 ‘뭐라카노?(뭐라고 하는거야)’가 적혀있었고 뒷면에는 ‘삐낏썰?(삐졌어?)’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동료들이 자신에게 종종 했던 부산 사투리를 적어 웃음을 자아냈다.

2018년 롯데에서 뛰었던 펠릭스 듀브론트도 자체 티셔츠를 제작했다. 그 해 8월15일 광복절을 맞이해 태극마크가 그려진 티셔츠를 선수단에 선물하며 한국 문화에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듀브론트는 25경기 6승9패 평균자책 4.92를 기록하는데 그치며 한국을 떠나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티셔츠 전통을 스트레일리가 이어받았다. 2020년부터 롯데에서 뛴 스트레일리는 포수 김준태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고 다녔다. 그는 자신의 SNS에 티셔츠 사진을 올리며 “판매용이 아니다. 선수단 안에서 약간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태도 “내 얼굴이 나와서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트레일리가 제작한 김준태 티셔츠.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 티셔츠는 스트레일리의 행운이 상징이 됐고 제작을 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해 구단 측에서 직접 판매를 하기도 했다. 당시 2600장이 모두 팔려나가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롯데는 스트레일리를 모델로 한 티셔츠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스트레일리는 전준우, 딕슨 마차도, 투수 파트 통역 배우현 씨를 모델로 티셔츠를 제작했다. 특히 전준우는 2013년 홈런 타구인 줄 알고 화끈하게 배트 플립을 하던 그의 모습을 새겨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과 함께 ‘KBO 최고 빠던(배트 던지기의 줄임말)’이라는 글자를 새겨 재치를 발휘했다.

롯데에는 유독 팬들의 사랑을 받은 외인 선수들이 많았다. 그들의 실력도 받쳐줬지만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기에 더욱더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티셔츠 전통’은 그들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