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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정우, 인터뷰 시작부터 고개숙인 이유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하정우가 인터뷰에 앞서 고개를 숙였다.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로 3000만원 벌금형을 받고 활동을 중단한지 2년만의 공식석상이었다.

“일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제작발표회에서 사과하지 못한 건 대면 인터뷰를 통해 직접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제게 실망한 많은 이에게 사과합니다. 대면해서 사과하는 것이 커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저로선 큰 용기를 낸 거예요. 상처받고 실망한 모든 이에게 어떻게하면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이 될 수 있을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숙 끝에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수리남’으로 돌아온 하정우는 그날 이후 2년간 지내온 시간들, 윤종빈 감독과 협업, 그리고 우정, ‘수리남’으로 만난 황정민, 박해수와 호흡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벌금형 이후…“숨은 것도, 피한 것도 아니었지만”

하정우는 2020년 8월 마약류로 분류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하정우는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19회에 걸쳐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하정우는 흉터를 제거하면서 수면마취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1심 재판부는 그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으로 그는 영화 ‘클로젯’(2020) 이후 2년간 활동을 중단했다.

“일부러 숨은 것도, 피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에 어떻게 답하고 해명해야할지 몰랐고,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이었어요. 그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시간이 지나서 이 일들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었고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배우 하정우’를 떠나 ‘인간 김성훈’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이와 부딪혔는데 내가 놓친 게 뭐가 있을까. 어떤 상처를 뭣을까. 진하게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라 여행도 쉽게 갈 수 없고 누구를 쉽게 만날 수도 없어서 스스로 성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사건이 터졌지만 ‘수리남’ 윤종빈 감독은 하정우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큰 위험 요소를 안고 제작을 감행한 거잖아요.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미안함을 갖고 있어요. ‘수리남’ 뿐만 아니라 ‘보스턴1947’ ‘야행’ ‘피랍’ 등 대기 중인 출연작 제작진에게도 피해를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윤 감독과 남다른 우정도 자랑했다. 두 사람은 ‘용서받지 못한 자’(2005)를 시작으로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군도: 민란의 시대’(2014) 등 셀 수 없는 여러 작품에서 함께하며 든든한 영화적 동지를 자처했다.

“어릴 적 함께 영화인을 꿈꿨고, 저는 배우로서, 그는 좋은 감독으로 성장하고 있잖아요. 동료로서 생각을 공유하고 커나가면서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수리남’ 속 황정민(왼쪽)과 하정우.

■ “황정민과 첫 호흡, 에너제틱 그 자체”

그는 이번 작품에서 황정민과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벌인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한 작품에서 만나는 게 처음이라고 했다.

“황정민 선배는 저와 같은 소속사였어요. 제가 ‘생짜’ 신인일 때 황 선배는 주연으로 연기하던 시기였죠. 전 ‘용서받지 못한 자’를 찍을 때였는데, 황 선배는 그야말로 마냥 무서운 선배였거든요. 제일 다혈질이고 말도 쉽게 못 붙이는, 엄청난 에너지의 소유자라 어렵고 무서운 형이었어요. 그런데 ‘용서받지 못한 자’ 시사회에 와서 ‘정말 잘 봤다. 나도 너희 둘 하는 것 시켜줘’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엄청난 영광이었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돌아서 이제야 만나게 됐네요.”

막상 카메라 앞에서 붙은 황정민과 호흡은 대단했다.

“에너제틱해요. 정성껏 연기하고 몰입도까지 좋다는 걸 새삼 또 느꼈죠. 황정민 선배는 그 캐릭터로 하루를 꼬박 사는 것 같아요. 만약 수영장 장면을 찍으면 내내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녀요. 그런 사소한 것들 하나까지 챙겨가며 작품에 임하는 걸 보면 역시나 성실하고 열정이 넘치는구나 느끼게 됐죠.”

극 중 공조를 펼치는 관계로 호흡을 주고받은 박해수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그 친구 은은하게 웃기는 매력이 있어요. 모노톤인 줄 알았는데 다채로운 색을 지녔고, 또 건강한 느낌이에요. 겸손하고 에너지 넘쳐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처럼 느껴졌죠. 첫 미팅하기 전 박해수의 작품을 다 찾아봤는데 ‘넷플릭스 정직원’이란 별명이 붙을 만 하더라고요. 하하. 이번에도 연기를 참 잘해줬고요.”

오랜만에 복귀한 만큼 ‘수리남’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작품의 스펙트럼이 전세계로 확장되고 더욱 많은 이를 만날 수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놀랍더라고요. ‘수리남’도 독특한 소재로서 재밌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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