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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하드고어 ‘짭’미네이터, ‘늑대사냥’

영화 ‘늑대사냥’ 공식포스터, 사진제공|TCO(주)더콘텐츠온

■편파적인 한줄평 : 서인국은 ‘미끼’였나요.

지독한 범죄물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분위기 ‘터미네이터’다. 그것도 하위 버전이다. 누군가에겐 웃음 버튼이 될 수도 있다. 초반 제대로 서사를 쌓아올린 주요 캐릭터들도 한순간에 폐기처분된다. 다만 피 튀기는 잔혹한 장면들을 좋아하는 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순 있다. 참으로 독특한, 영화 ‘늑대사냥’(감독 김홍선)이다.

‘늑대사냥’은 극악무도한 범죄자 종두(서인국), 칼잡이 도일(장동윤) 등 필리핀 내 수배자들을 국내로 이송하는 선박 ‘프론티어 타이탄’안에서 벌어지는 모종의 음모와 생존 경쟁을 다룬 작품이다.

이야기가 이상하다. 전반과 후반의 결이 어긋난 느낌이다. 프론티어 타이탄 안에서 탈출하려는 범죄자들과 그들을 잡아야만 하는 형사들의 액션물로 생각하고 극장 안에 들어선다면 굉장히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중반까지 서인국이 하드캐리하며 끌고가던 범죄극에 난데없이 ‘SF물’ 요소가 가미되면서 전개가 산으로 흐른다. 메가폰이 뭘 보여주고 싶었는지조차 혼란스러울 정도로 주와 부가 뒤바뀐 느낌이 강하다.

잘 다듬어놓은 캐릭터들은 제대로 활용하질 못한다. 1급 범죄자들을 잔뜩 모아놓고 이제 좀 판을 벌리려는데 황급히 들이닥친 누군가 때문에 그대로 엎어버린 듯 하다. 특히 비주얼라이징까지 흥미롭게 해놓은 ‘종두’가 가장 아깝다. 서인국 팬들은 배신감이 들 수도 있다. 삼백안을 부라리며 광기를 보여주는 그의 범죄액션 연기를 다른 작품에서라도 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성 캐릭터들은 기능적이다. 장영남을 비롯한 여성재소자들은 그 개성 한 번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형사로 나선 정소민의 캐릭터도 굳이 여성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차별점이 없다.

그럼에도 강점은 ‘하드고어’한 장면에 있다. 지금껏 국내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높은 수위의 장면들이 이어지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야기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눈은 따라가게 된다. 마치 자극성 강한 불량식품 같다.

서인국은 최선을 다한다. 콤플렉스라는 ‘삼백안’을 최대한 활용해 ‘종두’를 재현한다. 장동윤도 나쁘지 않다. 다만 정적인 캐릭터성 때문에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는 느낌을 주진 못한다.

이성욱이 눈에 띈다. 가장 튈 수 있는 캐릭터였음에도 자신만의 호흡과 해석력으로 다른 인물들과 잘 녹아든다. 오는 21일 개봉, 러닝타임 121분.

■고구마지수 : 3개

■수면제지수 : 0.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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