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분을 위한 100일의 준비···‘2007 KS 김재현’ 소환한 김민성의 ‘한방’

LG 김민성이 지난 25일 문학 SSG전 10회초 만루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선수가 경기 있는 날, 야구장에 머무는 시간은 근 10시간이다. 그 중 선수들이 팬들에게 공개되는 시간은 그 중 3~4시간에 불과하다. 그것도 정해진 공간에서의 움직임만이 드러난다.

LG 김민성(34)은 지난 25일 문학 SSG전에서 2-2이던 연장 10회 역전 만루홈런을 쳐낸 뒤 인터뷰에서 훈련 얘기를 꺼냈다. 김민성은 “시즌 초반부터 매일 가장 먼저 나와 훈련을 하고 있다”며 “한 타석 한 이닝을 실수 없이 해내기 위해 누구보다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김민성이 일찍 나와 훈련하는 것은 팀 내 관계자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다. 단지 그런 사실이 드러날 일이 없었을 뿐이다.

김민성은 백업으로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민성의 말대로 언제 어떤 타이밍에서 출전 기회가 올지 모른다. 김민성은 이날도 9회초 3루수 문보경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대주자 신민재와 바뀐 뒤 맞은 9회말 3루 대수비로 출전하면서 10회 타석에 설 기회를 얻었다. 김민성으로서는 시즌 25번째 안타를 생산한 것이었지만, 그중 가장 값진 한 방을 때렸다. 어쩌면 이 한 번의 기회를 위해 그 많은 날, 수 없이 방망이를 돌렸는지 모른다.

만원 관중이 지켜본 이날 LG-SSG전은 가을야구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진행됐다. 김민성의 이날 활약은 가을야구 ‘참고서’가 되기에도 충분했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 한 경기 한 장면에 대한 벤치와 선수들의 집중도가 그만큼 높아진다. 그 한 장면을 위한 준비과정도 깊고 세밀해진다. 다른 차원의 승부가 펼쳐지며 누가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홈런을 때린 뒤 환호하는 SK 김재현. 경향신문 DB

2007년 SK 베테랑 타자 김재현은 최악의 시즌을 보낸 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정규시즌 타율 0.196 40안타 5홈런 19타점. 누구도 납득이 어려웠던 성적표를 받아든 김재현은 그해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김재현은 그해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48(28타수 8안타) 2홈런 4타점 5득점을 올렸다. 김재현은 SK가 두산에 1, 2차전을 모두 내주고 3차전부터 중용되기 시작해 바로 결승 적시타로 날리며 시동을 건 뒤 4차전에서 상대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쳐내더니 ‘리버스 스윕’ 우승을 확정한 6차전에서도 결정적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가을 영웅’이 됐다.

그해 가을, 김재현은 매일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얼굴이었다. 당시 시리즈가 SK 우세로 돌아선 뒤 김재현이 내놓은 얘기에 따르면 당연히 그럴 만했다. 김재현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하루 24시간을 보냈다. 잠자리에서까지 두산 투수와 타이밍을 싸움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수백번 스윙을 했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은 멈추지 않았고 현실의 만남에서 밤새 그렸던 결과를 거의 그대로 만들어냈다.

그해 가을,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김재현이 가장 무섭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상대 벤치에서부터 상대선수의 ‘몰입도’를 느꼈었을지 모른다. 가을야구는 이렇듯 뭔가 다르다. 한 장면의 가치가 다르듯 한 장면을 위한 준비 내용도 달라야 한다.

LG 김민성은 정규시즌 막판 ‘큰 경기’를 통해 가을야구 공식의 ‘맛보기’를 보였다. 만루포 한방의 울림이 더 커 보인 이유였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