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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대사전] ‘느림의 미학’ 유희관, 방송가 접수도 ‘느리지만 확실하게’

JTBC 야구예능 ‘최강야구’에 출연 중인 방송인 유희관. 사진 JTBC

지금은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전 야구선수 유희관은 2013년 당시 두산에서 뛰던 시절 한 인터뷰에서 “제 야구인생은 시속 70㎞ 커브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느리고 돌아가지만, 스트라이크존에 꽂히는 공처럼 언젠가 성공할 거라 믿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현역시절도 그랬지만 은퇴 후의 행보를 이렇게 잘 설명한 말이 또 있을까 싶다. 그라운드를 떠난 유희관은 조금씩 방송가에서도 ‘느리지만 확실한’ 경로로 유망주에 올라서고 있다.

지난 시즌 KBO 리그를 마치고 은퇴한 유희관은 올해 4월 KBSN스포츠의 야구 해설위원으로 방송가에 진입했다. 그의 해설위원 전업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이미 선수시절부터 화려한 입담으로 ‘탈 야구선수급’ 기량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2020년 현역으로 뛰던 당시 에이전시인 리코에이전시의 이예랑 대표가 tvN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했을 때 잠깐 사무실을 다니러 왔다가 분량을 확실하게 뽑은 일화가 이를 증명한다.

JTBC 야구예능 ‘최강야구’에 출연 중인 유희관. 사진 JTBC

은퇴를 하고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동시에는 유튜버로도 데뷔했다. 그는 유명 유튜버 에이전시인 샌드박스네트워크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채널 ‘유희관희유’를 론칭했다. 그의 유튜버 콘텐츠 중에는 ‘KBO 흥행단장’ 콘텐츠가 조회수를 견인하고 있다.

매번 다른 구장에 가서 유니폼에 마킹을 하고, 팬들을 인터뷰하며 야구장 맛집을 탐방한 후 홈팀을 응원하는 콘텐츠는 야구팬들로 하여금 ‘자체 은퇴투어’라는 신조어로 불린다.

야구와 관련한 활동 외에도 활발하다. 그는 지난 6일 JTBC의 야구예능 ‘최강야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 JTBC ‘톡파원 25시’, KBS1 ‘TV쇼 진품명품’,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IHQ ‘돈쭐내러 왔습니다’ 등 그야말로 ‘틀면 나오는’ 활약 중이다.

마치 과거 ‘개그콘서트’의 ‘오랑캐’ 캐릭터인 김지호를 연상하게 하는 모히칸 스타일의 머리와 동글동글 호감상의 외모 그리고 여전한 입담으로 방송가에서도 그가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IHQ 예능 ‘돈쭐내러 왔습니다 2’에 출연한 유희관. 사진 IHQ 방송화면 캡쳐

그의 방송인으로서 매력은 이렇게 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 특유의 여유에서 엿볼 수 있다.

2009년 2차 6라운드 신인으로 두산에 입단 유희관은 전역 이후인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의 등장은 한국 프로야구사의 측면에서 봐도 이례적인 사례였다.

그의 빠른 볼 구속은 시속 130㎞ 언저리였으며, 변화구의 경우 가끔 시속 70㎞대를 찍는 ‘초슬로우 커브’도 구사하기도 했다. 이는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에 적합했는데, 2020년 코로나19 시국으로 미국 메이저리그가 중단되고 미국의 야구팬들이 KBO리그에 관심을 갖던 시절 느리기 그지없던 유희관의 구속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아이도 칠 수 있을 것 같던 이런 공을 가지고 유희관은 역사를 썼다.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투수이며 두산 ‘프랜차이즈’ 최초이자 유일하게 통산 100승을 달성한 좌완투수이기도 하다. 속도가 미학인 프로의 세계에서 느린 구속으로 생존한 그를 두고 세간에서는 ‘느림의 미학’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곤 했다.

유희관이 운영 중인 유튜브 ‘유희관희유’의 한 장면. 사진 유튜브 캡쳐

방송에 있어서도 비슷하다. 그는 은퇴 후 곧장 연예기획사와 계약하거나, 주요 프로그램에 메인급 MC로 서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다. 우선 적으로 리코에이전시에 그대로 두고 해설위원부터 시작했다. 해설위원을 통해 쌓은 입담을 통해 재야의 방송가나 다름없는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고, 야구 콘텐츠를 통해 예능감을 쌓았다.

그의 첫 고정 TV 예능도 비슷하다. 그는 6월 방송을 시작한 ‘최강야구’에 출연했는데 비교적 은퇴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던 덕도 있지만 꾸준한 기량으로 당시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최강 몬스터즈의 실질적인 1선발 역할을 해냈다. 카메라 앞에서는 장난기가 넘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반전매력을 선사하기도 했다.

MBC에브리원 예능 ‘대한외국인’에 출연한 유희관의 방송장면. 사진 MBC에브리원 방송 캡쳐

방송인으로서도 유튜버로서도 성장 중이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앞에 거론한 많은 프로그램에서 그는 패널역할을 자처하며 방송가의 흐름을 읽고 있다. 물론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는 올해 시즌이 끝나고 야구 비시즌이 다가오면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는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유희관 스스로도 이야기하지만, 예능에 최적화된 외모와 몸매 그리고 더 최적화된 입담으로 유희관은 조금씩 방송가를 접수하고 있다. 과거 운동선수 출신으로 예능계를 뒤흔든 사례는 많았다. 강호동이 있고 안정환이 있고, 서장훈이 있었다. 유희관은 이들과는 또 다른 ‘예능 최적화’의 외모로 선수 출신 인기 예능인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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