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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주장의 위로를 받은 손흥민 “포르투갈전 준비하겠다”

한국 축구국가대표 손흥민이 28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가나와의 조별예선 경기에서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알라이얀|권도현 기자

그라운드에서 흘린 눈물이 끝이 아니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두 어깨에 진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은 자신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의 품에서 흐느꼈다.

바닥까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개인적으로 잘해야 했고, 팀을 잘 이끌어야 했다”고 자책하던 그는 자신의 옛 주장 구자철(33·제주)을 만나자 무너졌다.

손흥민은 지난 28일 카타르 도하 인근의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가나에 2-3으로 석패한 뒤 구자철을 만났다.

전·현직 캡틴이 서로를 위로한 자리는 선수들과 취재진이 만나는 믹스드존이었다. 2019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구자철은 이번 대회에 KBS 해설위원 자격으로 방문했는데, 선수들이 패배하자 직접 위로하고자 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타 방송의 해설자는 경기에서 이기면 믹스드존에 내려가겠다고 했는데, 구 해설위원은 반대로 지면 내려간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구자철은 자신의 계획대로 국가대표 시절 동료와 후배를 만났는데, 그 마지막이 손흥민이었다. 다른 선수들의 만남과 다른 게 있다면 별다른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구자철은 손흥민의 심정을 잘 안다는 듯 자신의 품을 내줬고, 손흥민의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등을 토닥였다.

구자철이 누구보다 손흥민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은 8년 전인 브라질 대회에서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손흥민보다 한참 어린 20대 중반에 주장직을 맡았고, 비슷한 행로를 걸었다.

손흥민이 이번 대회에서 우루과이와 0-0 비긴 뒤 가나에 졌다면, 구자철은 러시아와의 첫 경기 1-1 무승부 직후 알제리에 졌다. 두 대회의 2차전 상대가 유력한 1승 제물이자 아프리카팀이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구자철은 “후배들은 나와 다를 것”이라며 가나전을 기대한 터라 서로 아쉬움이 짙은 듯 했다.

다행히 손흥민은 구자철의 위로를 받은 뒤 한결 편해진 얼굴로 경기장을 떠났다. 그는 이제 12월 2일 밤 1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포르투갈과 마지막 결전을 남겨놓고 있다. 한국은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할 경우 아직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손흥민은 “아직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지 않느냐”며 “어떻게 될지 모른다. 선수들은 가능성을 보고 준비한다. 나부터 선수들을 잘 이끌어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얼굴 부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전하고 있는 그는 몸 상태에도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 경기 종료 후 레드카드를 받아 포르투갈전에서 벤치에 앉을 수 없는 벤투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약속도 남겼다. 손흥민은 “난 경기에 계속 나갈 수 있는 상태”라며 “감독님이 벤치에 앉지 못하는 게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감독님이 말씀해주시는 부분을 더 잘 새겨듣겠다. 며칠 남지 않은 시간 더 잘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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