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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의 눈물①] 3월의 한국야구, 오키나와리그에 ‘답’이 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중국전 이후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이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006년 1회 대회 4강과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 뒤 이어진 실패의 고리가 3개 대회 연속 이어지고 있다. ‘우연’ 또는 ‘불운’으로 해석하기에는 눈물의 패턴의 고착화되고 있다. ‘필연’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는 이유를 들여다볼 시간이다.

WBC에서의 또 한번의 실패와 함께 한국프로야구 수준에 대한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1라운드 2번째 경기로 열린 일본전에서 콜드게임 패배 위기로 몰린 끝에 4-13으로 대패한 것은, 이번 대회를 설명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그렇다면 스코어 차이 만큼 한일야구 수준 차가 다시 벌어진 것일까. 사실, 가장 뼈아팠던 것은 수준 차를 확인할 만큼 대표팀 선수들이 페이스를 올리지 못한 점이었다.

타자들의 감각은 무난한 편이었다. 2013년과 2017년 대회에서는 각각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을 첫 경기에 만나 무득점과 1득점에 그치며 연이어 곤경에 빠졌다. 이번 대회 호주전에서는 7점을 냈고, 일본전에서도 4점을 얻었다.

그런데 투수들의 페이스는 그렇지 않았다. 투수 엔트리 15명 가운데 평소 구속과 제구, 변화구 각도를 보인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박세웅(롯데)과 김광현(SSG), 원태인(삼성), 이용찬(NC) 정도만 국내팬들이 알고 있던 모습과 흡사한 피칭을 했다.

2009년 WBC 대표팀 주력투수이던 봉중근(당시 LG)이 일본전에만 3차례 선발 등판한 것을 포함해 4경기 17.2이닝 1실점을 했던 이력을 더듬자면 당시 기록이 ‘신화’로 보일 정도였다.

이번 대회는 투수 한두 명이 부진한 것이 아니었다. 전반적인 ‘현상’이었다. 동시에 도드라진 것은 KBO리그의 ‘2월 야구’의 변화였다. 2월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시간이다. KBO리그의 보편적 ‘시간 개념’이 그간 알게 모르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 2월 10구단 중 유일하게 일본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2월9일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전을 시작으로 애리조나 등 다른 곳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다른 팀들에 비해 일주일 이상 실전이 빨랐다. 그런데 초반 연습경기 결과가 나빴던 가운데 일본 팀들과 경기에서는 1승4패로 몰렸다. 특히 3월4일 요미우리전에서야 일본팀 상대 첫 승을 거두기까지 5차례 경기에서 5득점, 41실점의 현격한 내용 차이를 보였다.

KBO리그 팀들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습경기 일본전에서 크게 밀렸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차이를 좁힌 끝에 2월 상대 전적을 뒤집기도 한다. 일례로 2012년 오키나와 리그에서는 한국 팀들이 15승3무14패로 우위를 보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KBO리그 팀들이 1월 중순께면 캠프에서 팀훈련을 시작했다. 비활동기간 논란이 늘 뒤따랐지만, 결과적으로는 선수들 대부분의 준비가 빨랐던 데다 지도자들의 직접 체크가 가능했다. 이 같은 리그 문화가 3월의 WBC 경기에도 자연스럽게 작용했다.

KBO리그의 시즌 준비 문화에서 ‘빠르게’라는 화두는 지워지고 있다. ‘단단히’ ‘철저히’라는 화두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2015년 KT의 1군 무대 합류로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뒤로는 ‘오버 페이스’에 대한 경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시즌을 길게 보고 안정적으로 천천히 준비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험 적은 젊은 투수들의 실전 감각이 더욱 무뎌 보였다. 서둘러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은 있었어도 이미 몇 시즌에 걸쳐 몸에 익은 습관을 단번에 바꾸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대표팀 소집훈련이 2월 중순에나 시작한 가운데 지도자 누구도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일본, 미국 등 강팀들과 대등하게 싸운 2006년과 2009년 WBC 대표팀 선수들과 올해의 대표팀 선수들의 수준 차로만 모든 결과를 해석할 일은 아니다. 3월의 WBC를 만든 KBO리그의 2월 야구도 점검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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