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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더 글로리’ 어린 혜정 송지우 “혜정이었지만, 동은이 응원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출연 배우 송지우가 지난 22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똘망똘망한 눈에 시원한 이목구비. 한눈에 봐서는 어디서 봤던 누구인지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앞머리를 가지런히 말아 올린 ‘뱅 헤어’ 스타일에 교복 차림을 상상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다. ‘아! 스튜어디스 혜정이!’

배우 송지우는 다른 동료 배우들의 요즘과 마찬가지로 드라마 ‘더 글로리’의 영향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극 중 차주영이 연기했던 최혜정의 아역으로 등장했다. 가해자 편에 선 아역들이 모두 악행을 저질렀지만, 특히 혜정은 학교 체육교사를 꼬드겨 체육관 열쇠를 빼내고, 고데기를 든 연진(신예은)을 거드는 등 초반 복수극 감정의 구축에 큰 몫을 했다.

“모바일 메신저로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보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길에 다니면 사진을 요청하시는 분들도 늘었고요. 가족들도 성화였어요. 원래 부모님이 밤 11시에 주무시는데 ‘더 글로리’ 때문에 새벽 네 시에 주무셨다고 하더라고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출연 배우 송지우가 지난 22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오디션을 통해 ‘더 글로리’에 합류한 송지우는 처음 아역의 다양한 대본을 받았다. 가해자 5인방 중 세 여고생뿐 아니라 소희(이소이), 경란(이서영)의 대본도 있었다. 내심 연진 역에 탐이 났다. 연습한 대사만 갖고서는 무슨 역할인지 눈치채기 힘들었다. 그저 욕이 많기에 ‘나쁜 역이겠구나’ 싶었다.

“혜정이가 동은이(정지소)에게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하지만 사라(김히어라)의 대사 ‘동은이 아니면 너였어’에서 착안했죠. 타의의 인정이 중요한 친구였어요. 부모님에게도 사랑을 잘 못 받았고, 결국 그 인정욕구를 친구들과 어울리고 가해에 앞장서면서 풀었던 친구였죠.”

‘더 글로리’는 극 초반 동은이 가해 학생들에게 당하는 갖은 악행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끌어올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역들의 가해 장면이 중요했다. 당연히 현장에서는 여러 안전장치가 따랐고 후반 작업이 있었지만 가해하는 연기를 한다는 것은 송지우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출연 배우 송지우 연기장면. 사진 넷플릭스

“동은이 역 (정)지소랑도 ‘한 번에 가자’는 눈빛을 나누고 서로 몰입했어요. 저는 고데기로 괴롭히는 장면에서 지소를 붙잡았는데 최대한 안 아프게 잡으려고 애썼던 기억이 나요. 지소를 주로 괴롭히니까 아는 친구가 없었던 촬영 현장에서 제일 먼저 친해졌어요.”

성인 역할인 차주영과는 대본 연습 때 한 번, 종방연 때 한 번 만났다. 서로의 대사를 듣고 톤을 잡았으며 촬영이 끝난 후에는 혜정이의 서사를 주의 깊게 보는 시청자 입장으로 돌아갔다.

“혜정이의 결말은 저도 궁금하더라고요. 사라에게 목을 찔리는 결말이 있는데 정말 제가 연기했으면 아팠을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저는 혜정이 역할을 했지만 동은이를 응원했거든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였지만 그 장면에서는 통쾌함을 느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2019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는 최근 MBC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의 아씨 예현희부터 넷플릭스 ‘연애대전’의 신인배우 황지혜 그리고 이번 최혜정 역까지 미움이 갈 수밖에 없는 ‘빌런’ 역을 잇달아 연기했다. 선택을 받아 영광스러운 자리였지만 연이어 3연작 빌런을 연기하는 마음이 편치 않을 법도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출연 배우 송지우 연기장면. 사진 넷플릭스

“악역만 왜 이렇게 연속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악역만 하니 주변에서 인상이 변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해주셨어요. 하지만 감사한 일이고 열심히 해야죠. 다른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지런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송지우의 바람과는 다르게 차기작 역시 밉상인 역할일 것 같다. 송지우는 “올해는 4연작까지 간다”며 웃어 보였다. 춤을 좋아해 연예인을 꿈꿨고, 학교에 다니면서 더욱 연기에 애정이 깊은 그는 요즘 유행하는 ‘맑은 눈의 광인’ 역할도 잘 할 수 있다며 눈을 반짝인다.

“학교에 입시를 할 때도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 배역, 전지현 선배님의 역할로 붙었어요. 그런 ‘맑은 눈의 광인’ 느낌, 언젠가는 꼭 내고 싶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출연 배우 송지우가 지난 22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더 글로리’는 성인역 못지않게 정지소, 신예은, 송병근(전재준 역), 배강희(이사라 역), 서우혁(손명오 역), 이소이, 이서영 등 아역을 했던 배우들의 주가도 높이고 있다. 이들을 탄생시킨 김은숙 작가의 ‘큰 그림’이 언제 해일이 돼 돌아올지, 송지우의 활약을 기대하는 시선도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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