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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을 위해 만명이 부른 노래…짐승강민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적 후 첫 친정 SSG 방문

양팀팬 동시에 등장곡 불러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SSG가 한화에 0-6으로 뒤진 9회초 2사에서 조병현이 최재훈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깔끔히 이닝을 처리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상황. 그런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SSG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윽고 김강민(41·한화)이 타석으로 걸어 나왔다. 7회 대수비로 경기에 출전한 김강민은 SSG 시절 유니폼을 챙긴 채 자신을 기다리던 팬들 앞에 섰다. 그는 헬멧을 벗고 1루, 중앙, 외야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주심은 때마침 홈 플레이트를 쓸며 김강민과 팬들이 해후할 시간을 벌었다.

2001년 SK(현 SSG)에 입단한 김강민은 지난해까지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었다. 뛰어난 수비력을 앞세워 오랜 기간 SSG의 외야를 든든하게 지킨 그는 ‘SK 왕조’를 구축한 주역이었을 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변치 않는 활약을 했다.

김강민은 2022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2-4로 뒤진 9회말 대타로 출전해 당시 키움 최원태를 상대로 끝내기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그는 SSG가 6차전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20년 넘게 SSG 팬들과 울고 웃으며 선수 생활을 하던 김강민은 2023시즌 종료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일부 팬들은 김강민을 놓친 구단에 항의하는 의미로 야구장 앞에 근조화환을 보냈다.

이적 과정에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김강민 스스로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가 컸다. 동갑내기 추신수(SSG)도 “(김)강민이와 같이 뛰진 못하지만, 이 나이에 원하는 팀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친구의 앞길을 응원했다.

이날 SSG 팬들에게 김강민이 어떤 유니폼을 입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간 쌓인 그리움을 털어낼 반가운 기회였다.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김강민!” SSG와 한화 팬을 가리지 않고 구장에 모인 1만541명이 다 함께 김강민의 등장곡을 부르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김강민은 조병현과 3구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팬들의 열기는 가라앉을 줄 몰랐다. 팬들은 경기가 종료된 후 김강민이 방송사 인터뷰를 할 때까지 그의 응원가를 불렀다.더그아웃에서 만난 김강민도 팬들의 환대에 울컥한 듯했다. 그의 눈가가 촉촉했다. 김강민은 “뭉클하다. 다른 팀 선수지만, 선수 한 명을 위해 다 같이 응원가를 불러준다는 것이 많이 감동적”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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