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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연예연구소] TV 예능 지배하는 ‘연반인 시대’

최근 활발한 방송활동을 펼치고 있는 ‘충주맨’ 충주시 김선태 주무관. 사진 EBS

지난 27일 방송된 MBC 예능 ‘라디오스타’의 예고편에서는 슈퍼주니어를 이을 다음 주 게스트의 면모가 공개됐다. 이 안에는 낯선 이름이 있었다.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 그는 공무원이다.

김선태 주무관은 충주시청 홍보담당관실 홍보팀 소속으로 지방행정주사 6급 공무원이다. 그런 그가 왜 갑자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을까. 그 이유는 그가 운영하는 충주시의 유튜브 채널의 성공 때문이다. 충주시의 유튜브 채널은 28일 현재 65만명이 넘는 구독자로 지방자치단체 유튜브 채널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1위에 올랐다.

그의 일상은 오는 30일 MBC의 다른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을 통해서도 공개된다. 그는 ‘충주맨’으로서 영상을 촬영하게 시작된 계기와 함께 영상에 대해 전권을 가진 크리에이터지만 한 편으로는 공무원이며 가정에서는 가장이기도 한 일상을 보인다.

‘연반인’ 단어의 창시자 방송인 재재가 진행 중인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포스터. 사진 MBC

김선태 주무관의 모습은 전형적으로 최근 유행하는 ‘연반인’의 모습이다. ‘연반인’은 연예인과 연예인이 아닌 비연예인을 일컫는 ‘일반인’의 절반씩을 합친 조어다. 가수나 배우, 방송인처럼 전업으로 연예계에 활동하지 않고서도, 다른 직업을 갖고 그에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을 일컬을 때 쓰인다.

이는 2015년 SBS 보도본부 뉴미디어국 인턴으로 입사해 MC이자 DJ로 올라서 재재(본명 이은재)의 활약부터 이름 붙여졌다. 재재는 각종 방송에서 자신의 입장을 소속이 있는 상황을 고려해 ‘연반인’으로 불렀고, 이 트렌드는 최근 비연예인의 방송출연이 활발해지는 유행과 맞물려 대세가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TV나 OTT 플랫폼에서 각종 비연예인 출연자가 등장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유명해지면서 가속화됐다. ENA와 SBS플러스에서 방송 중인 ‘나는 SOLO’의 경우 2년 6개월이 넘는 기간 19기에 걸친 출연자들이 등장하면서 스타 출연자를 양산했다.

ENA·SBS플러스 예능 ‘나는 SOLO’ 16기 출연자들의 라이브 방송 장면. 사진 유튜브 화면 캡쳐

넷플릭스의 ‘솔로지옥’ 시리즈나, 티빙의 ‘환승연애’ 시리즈 등의 연애 리얼리티 그리고 넷플릭스의 ‘피지컬 100’ 등 서바이벌 출연자들도 인기를 끌었다.

최근 유튜브가 방송가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크리에이터들의 활약도 커졌다. 히밥(좌희재), 쯔양(박정원), 입짧은 햇님(김미경) 등 ‘먹방’ 크리에이터들을 비롯해 빠니보틀(박재한), 원지(이원지), 곽튜브(곽준빈) 등 여행 크리에이터들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세 명은 이미 ENA의 예능 프로그램 ‘지구마불 세계일주’ 시리즈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또 다른 인기 여행 크리에이터 채코제(박재일)의 경우도 MBC에브리원의 여행 프로그램 ‘위대한 가이드’의 멕시코 편 출연자로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등장은 방송가 유행의 원천이 지상파나 케이블 등 TV 플랫폼 안에서 정해진 과정을 통해 양성된 ‘전문 방송인’이 아닌 방송의 규칙이나 기본 작법을 잘 알지 못하는 비연예인의 출연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러워졌다.

ENA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 2’ 포스터. 사진 ENA

대중은 미리 각본을 마음속에 준비하고 정해진 선에서 분량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전문 방송인들보다는 그 작법을 모르는 상황에서 좌충우돌하는 ‘연반인’들의 모습에서 더욱 큰 리얼리티를 느꼈다. 특히 이들은 크리에이터로서 기존 방송가가 잡아내지 못하는 소재나, 주제, 작법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하지만 ‘연반인’의 유행이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 자아내는 것은 아니다. ‘연반인’들의 탄생이 늘자 각종 프로그램에서 이들을 검증하는 절차 역시 제작진이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임무가 됐다. 비교적 여러 경로를 통해 학창시절이나 과거에 대한 검증이 가능한 연예인들과 달리 ‘연반인’의 경우는 거의 100% 본인의 주장에 의존해 섭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 출연자 개인신상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응이 힘들다.

또한 이들이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방송 출연 후 논란을 일으켰을 경우도 있다. 실제 ‘나는 SOLO’의 첫 번째 돌싱(돌아온 싱글) 편인 16기 출연자들은 방송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지만, 유료 팬미팅이나 소송까지 언급하는 갈등으로 문제가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반인’의 출연을 대중이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건 맞다”면서도 “최근 연예인들의 유튜브 진출이 더 많은 화제를 부르는 것처럼,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이 유행이 바뀔 가능성이 있고 ‘연반인’ 출연자들이 화제성을 지속시킬 내공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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