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필승” “중국 필승”.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은 중국의 승리를 갈망하는 중국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런 바람이 결국 현실이 됐다. 한국은 공격적이고 저돌적으로 나온 중국에 무릎을 꿇었다. 공한증(恐韓症)은 더 이상 의미가 퇴색됐고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3일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0-1로 패했다. 한국은 전반 35분 위다바오에게 선제 헤딩골을 내준 뒤 후반 들어 공격수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했지만 승점 사냥에 실패했다. 역대 중국을 상대로 당한 두 번째 패배(18승12무)다. 최종예선 2패째(3승1무·승점 10점)를 당한 한국은 그러나 힘겹게 조2위를 유지했다. 30분 늦게 시작한 시리아-우즈베키스탄전에서 추가시간 페널티킥 골을 넣은 시리아가 1-0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두 이란과의 승점은 좁히지 못한 가운데 3위 우즈벡(승점 9점)과 4위 시리아(승점 8점)에 턱밑까지 쫓겨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러시아행 티켓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월드컵 본선에 나가려면 승점 22점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결국 한국은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겨 승점 12을 따내야 러시아행을 장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중국은 최종예선에서 6경기 만에 첫 승(2무3패)를 거두며 실낱같은 러시아행 희망을 이어갔다. 한국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온 중국에 밀렸다. 중국은 전반에만 오프사이드 7개를 범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보다 훨씬 더 뛰었고 그게 중국이 주도권을 잡은 비결이었다. 거푸 실점위기를 맞은 한국은 전반 35분 결승골을 내줬다. 왼쪽 코너킥에 이은 원톱 공격수 위다바오의 헤딩슛이었다. 위다바오가 코너킥을 앞서 잘라 먹는 순간 한국 수비수는 아무도 제어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들어 승부수를 던졌다. 선발로 출전한 이정협(부산) 대신 후반 시작과 동시에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이 투입됐다. 그래도 찬스가 잘 만들어지지 않자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0분 미드필더 고명진(알 라이안)을 빼고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넣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기성용(스완지시티) 한 명만 놓고 공격수를 늘린 승부수였다. 후반 38분에는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힌 허용준(전남)까지 집어넣었지만 골은 나오지 않았다. 기성용이 가끔 중거리 슈팅을 때렸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또 김신욱의 머리를 노리는 크로스는 중국 수비진에게 잘렸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의 잇단 슈팅은 골문을 외면했다. 남태희(레퀴야)는 쉼없이 중국 문전을 휘저었지만 함께 호흡을 맞출 파트너가 없는 게 아쉬웠다. 중국 대표팀 마르셀로 리피 감독은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을 신속하게 바꾸면서 스피드와 활동량을 유지했다. 그게 마지막까지 한국에게 실점하지 않고 승점 3을 챙긴 버팀목이었다. 경기가 끝나자 붉은 물결로 경기장을 물들인 중국 팬들은 “중국 필승”을 거듭 외쳤다. 중국은 한국을 제물로 플레이오프를 통해서라도 러시아 월드컵 진출을 노릴 발판을 마련했다. 9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향한 앞길이 어두워진 한국은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7차전을 치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멀리까지 와준 팬들, 기자들에게 미안하다”며 “우리 경기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실점한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러시아월드컵에 자력으로 나갈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며 “앞으로 남은 4경기에는 한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변화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