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일로 기억되는데, 드라마 ‘왕초’의 작가이신 지상학 선생님이 필자와 그 당시 지상학 선생님 문하에 있던 작가 지망생들을 모아 놓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네들은 왜 사극을 안 쓰니? 요즘 젊은 애들은 사극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몰라.”

“에이, 선생님 사극을 어떻게 써요? 조선왕조실록 그게 얼마나 어려운데…”

“어렵긴 뭐가 어려워? 네들이 신봉승 선생처럼 일일이 번역을 하겠니, 아니면 국문판을 그대로 다 읽겠니?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CD 한장 돌리면 되는데, 이환경 작가 봐라. CD 덕분에 ‘용의 눈물’같은 거 단번에 써내잖아?”

그 당시 지상학 선생님은 당신의 제자들이 사극을 했으면 하는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셨다. 이후 어찌어찌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되고, 나름대로 역사를 공부하는 필자를 보면서 대뜸 던지신 말씀이,

“펜더야. 너 조선왕조실록 한번 읽어볼래?”

“선생님 전 그냥 흥미 차원에서 뒤적거리는 거라서….”

그 날 이후로 어찌어찌 하여 북역판 선조실록을 헌책방을 뒤져서 읽은 필자…말 그대로 머리에 쥐가 내리려고 했었다. 그 뒤로 지상학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조선왕조실록 CD를 구해서 심심파적 삼아 틈틈이 조선왕조실록을 읽어왔던 필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사극’이란걸 한번 써볼 마음이 생길 거라는 선생님의 말을 믿고, 계속 조선왕조실록을 붙잡고 지냈다. 조선왕조실록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원래 학창시절부터 역사에 대한 흥미가 많았던 필자였기에 조선왕조실록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큰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문제는 지상학 선생님의 생각처럼 ‘사극’이란 걸 쓰기 위해 시작한 조선왕조실록이 어느 순간 사극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뻗쳤다는 점이다.

“굳이 이렇게 어렵게 역사를 말해야 할까? 조선시대라고 별반 다르겠어? 다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뭐가 이렇게 어려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좀 더 쉽고 재미나게 ‘조선’이란 나라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때가 아마 2003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2004년도쯤에 ‘엽기조선왕조실록’의 베타테스트 버전을 구상하게 되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엽기조선왕조실록’은 다른 신문에 연재하려고 했었던 것인데, 어찌어찌 ‘스포츠칸’의 이종원 기자와의 인연과 필자의 묘한(?) 사연이 결합되면서, ‘스포츠 칸’에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조선이 별거냐? 조선시대에도 사람이 살았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적어 놓은 게 역사 인데, 그걸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적어도 ‘엽기조선왕조실록’에서만큼은 쉽고 이해가 빠르게 써보자.”

이렇게 해서 연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애초의 구상대로라면 엽기조선왕조실록을 끝내고, 뒤이어 엽기조선왕조실록 <인물편>이란 걸 연재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연재한 내용이 사건과 문화, 역사서술에 치중했다면, <인물편>에서는 교과서 속에서 박제된 모습으로만 기억되어졌던 인물들을 사람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보려 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엽기조선왕조실록 <인물편>은 후일을 기약해야 할 듯싶다. 급작스럽게 시작된 연재이고, 근 8개월 동안을 하나의 주제만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다 보니 이 ‘조선’이란 역사에서 잠시 도망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지난 8개월 동안 필자의 졸필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스포츠칸’ 독자 여러분들께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더 드릴 말이 없다….

여기까지는 엽기조선왕조실록을 마치는 소회라면, 이제는 새로 연재할 연재물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할까 한다.

새로 연재할 연재물은 제목에서 이미 답이 나올 듯한데, ‘역사서비스 사실은’이라는 연재물이다. 예전 MBC의 시사프로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패러디라 할 수 있겠는데, 말 그대로 역사를 서비스 하겠다는 것이다. 교과서 속에 나오는 역사, 대학을 가기 위해 달달 외워야 했던 그 역사들 그저 5지선다형의 기출문제를 맞추기 위해서 프랑스 대혁명이 언제이고, 루이16세가 누구이며,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연도가 언제인지만을 외워야 했던 우리들 우리는 지금까지 박제된 역사만 봐 왔던 게 아닐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이면에는 분명 나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것이다.

‘역사서비스 사실은’은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파헤쳐 보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하게 된 것이다. 말은 거창하게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고 하지만, 말만 번지르르 할 뿐 실제로는 재미있는 역사,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역사를 찾아서 소개해 주자는 의도이다. 문답무용(問答無用)! 글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빠른 대답이기에 필자는 글을 들고 다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 가겠다. 다시 독자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욕을 먹게 될지 그건 모르겠지만, 한 가지 독자 여러분들께 약속드릴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글을 쓰겠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재미있고,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 할 터이니, 지켜봐 주시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