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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커피배, 이창호 등 8인의 전사 살아남았다
기사입력 2017.03.12 11:40

한국바둑의 두 영웅, 이창호 9단(오른쪽)과 이세돌 9단이 대국을 마친 후 승부 과정을 되돌아보고 있다.

한국바둑의 두 영웅, 이창호 9단(오른쪽)과 이세돌 9단이 대국을 마친 후 승부 과정을 되돌아보고 있다.

“역시 맥심커피배다.”

바둑에 관한 한 신의 경기에 이르렀다는 입신(9단의 별칭)들이 모여 최강자를 가리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이 올해도 어김없이 뜨거운 승부를 펼치고 있다. 판판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로, 바둑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입신최강전은 1·2라운드를 마치며 8강 무대에 설 전사들을 모두 확정했다. 이들은 이제 두 판만 이기면 결승에 진출하고, 다시 두 판만 더 이기면 ‘입신 최강’에 오른다. 왕중의 왕이 눈앞이다.

지난 16강전의 최고 빅매치는 ‘돌부처’ 이창호와 ‘쎈돌’ 이세돌이 벌인 양이(兩李) 대결이었다. 68번째 충돌. 둘의 대결은 늘 치열했다. 다른 상대와의 대결보다 더 투지가 솟구치는 듯, 둘은 쉽게 타협할 만한 국면에서도 살기 어린 전투를 벌여왔다. 살을 내어 주고 뼈를 부러뜨리겠다는 사생결단식 싸움이 반상에서 펼쳐진다. 이 때문에 양이전은 흥미만점의 흥행보증수표로 통한다.

올해도 그랬다. 지난 7일 벌어진 16강전 마지막 경기에서 둘은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하며 격렬한 반상싸움을 벌였다. 초반 주도권은 이창호가 잡았다. 흑돌을 쥔 이창호는 ‘선착의 효’를 살려 확정가를 많이 확보하고 상대 진영을 적절히 견제했다. 중앙 쪽 두터움도 밀리지 않아 승기를 틀어쥐는 듯했다.

그러나 이세돌은 괜히 ‘쎈돌’이 아니었다. 이세돌은 우변 접전에서 이창호의 실착을 이끌어 내며 단박에 역전 흐름을 탔다. 그런 상태에서 끝내기에 들어섰다. ‘끝내기’는 이창호의 전매특허. 하지만 그것은 전성기 시절의 얘기다. 마흔줄에 들어선 지 오래인 그에게 끝내기는 이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됐다. 그의 영향을 받아 후배들의 끝내기가 엄청 강해진 때문이다.

따라서 형세는 미세했지만, 승부는 이세돌에게 기우는 쪽으로 종국을 향해 치달았다. 간명하게 끝내기를 하면 이세돌이 웃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늘 그랬듯이 둘의 전투에 평범함은 없었다. 이세돌은 좌변 끝내기 상황에서 ‘치중하는 수’로 이창호의 항복을 강요했으나, 결과적으로 이 수가 과욕이 돼 재역전을 허용했다. 결과는 223수 끝, 흑불계승. 이로써 이창호는 이세돌과의 상대전적을 36승32패로 만들며 이번 대회 8강행 막차를 탔다.

그에 앞서 박정환은 이영구를, 최철한은 박정상을, 홍성지는 ‘홍일점’ 박지은을, 강동윤은 김성룡을, 김지석은 허영호를, 윤준상은 박영훈을, 원성진은 안조영을 꺾고 8강 대열에 합류했다. 8강전은 13일 강동윤 vs 김지석의 경기를 시작으로, 14일 최철한 vs 홍성지, 20일 원성진 vs 윤준상, 27일 박정환 vs 이창호의 대결로 벌어진다. ‘동갑내기’ 세계 챔피언 출신인 김지석과 강동윤의 상대전적은 김지석이 10승9패로 한 발짝 앞서 있고, 최철한은 홍성지에게 8승4패, 윤준상은 원성진에게 9승6패, 박정환은 이창호에게 14승7패로 앞서 있다.

8강 진출자 중 최철한이 3차례로 가장 많이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며, 박정환은 2차례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이창호·강동윤·홍성지 등은 준우승만 한 차례 기록했다.

한편 국내랭킹 1위 박정환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 이창호는 “요즘 일주일에 한 번 국가대표팀 상비군 연구회에 참가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아이와 놀아주며 보낸다”고 근황을 들려주며 “박정환이 워낙 강한 상대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결 소감을 전했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사이버오로가 오로대국실에서 수순을 중계하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의 우승상금은 5000만원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