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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엠마왓슨에겐 ‘미녀와 야수’가 어울린다, ‘라라랜드’보다…
기사입력 2017.03.16 11:41
최종수정 2017.03.16 11:53
엠마 스톤이 <라라랜드>로 골든글러브·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자, 세간의 이목은 <라라랜드>를 거절한 엠마 왓슨에게로 쏠렸다. 엠마 왓슨은 왜 <라라랜드>가 아닌 <미녀와 야수>를 선택했을까. 이에 대해 엠마 왓슨은 지난 6일 열린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수년간 <미녀와 야수>에 집중하고 있었고 승마·춤·노래 연습 등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담담하게 밝혔다.



‘미녀와 야수’ 극 중 사진. 야수와 벨이 고난을 극복하고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장면. 사진 올댓시네마.

‘미녀와 야수’ 극 중 사진. 야수와 벨이 고난을 극복하고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장면. 사진 올댓시네마.



<미녀와 야수>는 엠마 왓슨이 영화를 끝까지 고집한 진짜 이유를 짐작케 하는 작품이다.

첫 번째는 캐릭터의 능동성이다. 디즈니는 1991년 나온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26년이 지난 현재의 유행코드에 맞춰 실사판 뮤지컬 영화로 각색했다. 내적인 측면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면서, 고전의 이야기에 안주하지 않고 ‘벨’의 캐릭터에 능동성을 부여해 현실적인 공감 코드를 덧입힌 것이다.

엠마 왓슨이 맡은 ‘벨’은 마을에서 신뢰받는 부자 개스톤의 구애를 거절하고 흉측한 외모의 야수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그는 성안에 갇힌 아버지 모리스를 구하기 위해 직접 말을 타고 달려가며, 마을 사람들로부터 위기에 빠진 야수를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그야말로 흔히들 말하는 ‘걸크러시’ 매력의 ‘센언니’다.



‘벨’의 캐릭터 포스터. 사진 올댓시네마.

‘벨’의 캐릭터 포스터. 사진 올댓시네마.



백마 탄 왕자의 도움을 받는 소극적 여자 주인공이 아닌, 스스로 눈앞에 놓인 장애를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주체적 여성 캐릭터는 디즈니가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는 변화 중 하나다.

<뮬란>(1998)에서 중국인 여전사 뮬란은 ‘여자는 조용하고 공손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과 대비되는 천방지축의 모습을 선보였으며, 아버지 대신 남장을 하고 전장에 나가는 소신을 보이기도 한다. <라푼젤>(2010)에서 라푼젤은 자신의 탑에 침입한 도둑 라이더를 한 방에 때려잡고, 18년 만에 탑 밖으로 모험을 단행한다. <겨울왕국>(2013) 속 안나는 저주에 걸린 언니 엘사를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서고, 엘사 역시 남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간다. <모아나>(2017)는 소녀 모아나가 저주에 걸린 섬을 구하기 위해 항해를 떠나며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러한 계보에 꼬리를 물고 탄생한 ‘벨’은 주체적 여성 캐릭터의 ‘끝판왕’이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벨은 엠마 왓슨의 실제 모습과도 닮아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똑순이’ 헤르미온느로 유명한 엠마 왓슨은 UN 여성기구에서 활동하며 양성평등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 온 페미니스트 스타다. 이번 영화 촬영에서 그는 활동적인 벨을 표현하기 위해 코르셋 착용을 거부했다. 지난 1일 가슴 노출 화보를 비난하는 이들을 향해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으며, 지난 6일 열린 라이브 콘퍼런스에서는 디즈니 여성 캐릭터들의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6일 열린 라이브 콘퍼런스에 참석한 엠마 왓슨. 그녀는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와 진실된 사랑을 하는 소녀 ‘벨’을 맡았다. 사진 올댓시네마.

6일 열린 라이브 콘퍼런스에 참석한 엠마 왓슨. 그녀는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와 진실된 사랑을 하는 소녀 ‘벨’을 맡았다. 사진 올댓시네마.



주관이 뚜렷한 그의 행보는 벨의 성격과 묘하게 맞물리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2017년 판 <미녀와 야수> 속 벨은 26년 전 애니메이션 속 벨보다 훨씬 지적이며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주체적인 태도를 보인다. 벨은 넓은 세상을 알기 위해 마을의 몇 권 안 되는 책을 구해 읽거나, 어머니가 왜 죽었는 지 그 이유를 알고자 노력하고, 야수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할 말을 하고, 갇힌 방 안에서 옷을 묶어 탈출을 시도하는 배짱을 지녔다. 무엇보다 거친 외모 뒤에 숨겨진 야수의 진심을 알아보고 그를 따뜻하게 대하는 포용력을 지닌 여성이다.

엠마 왓슨에게 <미녀와 야수>의 벨이 몸에 꼭 맞는 캐릭터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그가 열연한 <미녀와 야수>는 저주에 걸려 야수(댄 스티븐스)가 된 왕자가 벨(엠마 왓슨)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는 영화로 오는 16일 개봉한다.

<손민지 인턴기자 whitetr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