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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의 죽음
기사입력 2017.03.16 16:48
배영순씨(56) 가족들은 4년 전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견 ‘아지’(당시 8세·미니 슈나우저)를 떠나 보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야말로 급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자궁축농증에 걸린 아지가 수술 후 쇼크를 이기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당시 가족들은 오열했다. 서로 말을 잃었고 ‘유품’만 봐도 눈물을 흘리는 등 한동안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였다.

김지은씨(32)도 반려견 ‘퉁퉁이’(당시 14세·요크셔테리어)를 악성종양으로 떠나 보낸 아픔이 있다. 1000만원에 가까운 진료비보다 힘들었던 기억은 안락사 시기를 놓쳐 퉁퉁이가 고통 속에서 죽었다는 죄책감이다.

인생은 길지만 반려동물의 생은 짧다. 반려동물로 대표적인 개와 고양이의 수명은 15년을 전후한다.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사료 공급과 수의학의 보급으로 예전보다 수명이 연장됐지만, 사람 일생에 반려동물 한두 마리 이상을 떠나 보낼 여지는 충분히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문화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문화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2000년도 초반 ‘반려동물붐’이 불고 이때 입양한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다하는 시점이 가까워지자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울감이 심해지면 정서가 불안하고 식욕이 없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극심한 우울 증상인 ‘펫 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더 이상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 않은 입양 기피 현상도 포함된다.

반려동물의 죽음도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과 같이 충분한 애도 과정이 필요하다. 부정부터 분노·타협·우울·수용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슬픔을 피하지 않고 곱씹고 느끼며 애도하는 단계와 과정 등을 말한다.

반려동물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추모하는 게시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추억을 남기고 떠난 반려동물의 사진을 올리고 서로 위안의 댓글과 글을 남기며 슬픔을 나눈다.

반려동물이 떠난 뒤에는 반려동물과 함께한 추억을 곱씹고 슬퍼하며 애도하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반려동물 생전에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다. 이는 죽음을 인정하고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 유기견이 2일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이용녀가 운영하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한 유기견이 2일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이용녀가 운영하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순천향대학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연정 교수는 “반려동물의 죽음은 가족의 죽음과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반려동물과 즐겁던 추억을 회상하거나 편지·일기를 쓰는 등 충분한 애도 과정을 거쳐 우울감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도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정상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을 준다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며 “이럴 때는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직 한국에서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내색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개 한 마리 죽은 것 가지고 그러냐” “새로 입양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다.

펫 로스 증후군 죽음교육지도사 수업을 진행한 신경원 박사는 “반려동물이 보호자에게 어떠한 존재로 인식됐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한 개와 고양이의 죽음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며 “그런 인식들이 사회적 편견, 고정관념과 차별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려와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준비는 사회가 변하면서 겪는 다가오는 미래다”고 전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