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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영화 '보통사람'이 묻는다 "강성진VS추재진,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기사입력 2017.03.21 07:00
최종수정 2017.03.21 17:36
“좀 세련되게 해주지”

안기부 실장 최규만(장혁)이 자신에게 간첩이란 명분을 뒤집어씌우며 심문할 때 추재진(김상호)은 이렇게 응수한다. 거짓을 앞세워 진실을 왜곡하는 권력자에 대한 기자의 조롱이자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국민의 신념이 담긴 뼈 있는 한마디가 통쾌해서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슴 속에 먹먹함이 꾸역꾸역 차오른다.



영화 ‘보통사람’ 예고편 캡쳐. 사진 (주)오퍼스 픽쳐스.

영화 ‘보통사람’ 예고편 캡쳐. 사진 (주)오퍼스 픽쳐스.



영화는 <보통사람>은 관객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내민다. 하나는 불의에 저항하는 기자 추재진, 다른 하나는 불의에 동참하는 형사 강성진(손현주). 그리고 영화는 대다수의 관객이 진실을 좇는 추재진보다 가족의 안위를 앞세우는 가장 강성진에 가깝다는 점을 이용해 치부를 건드리는 물음을 던진다. 과연 당신은 어는 쪽이냐고.

<보통사람>은 최승호 시인의 시 <북어>를 생각나게 하는 영화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에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고 고백하는 화자는 극 중 성진과 묘하게 닮아있다. 그는 아들의 다리 수술비를 마련해주고픈 아버지의 마음과 무자비하게 행해지는 독재의 횡포 사이에서 고뇌하는 소시민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게 ‘막대기 같은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쉽게 마음 먹을 수 없는 이유는 아버지이자 가장이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이기에 성진은 권력의 힘에 휘둘리면서도 진실을 찾고, 진실을 알면서도 권력에 빌붙어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을 누리려 한다. 성진이 딱딱하게 말라버린 북어라면 재진은 팔딱거리는 생태다. 그는 영화에서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신념이 뚜렷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이는 성진이 지닌 소시민적인 속성을 극대화시킨다.



1980년대 평범한 가장 강성진을 연기한 손현주(사진 왼쪽)와 진실을 좆는 기자 추재진을 연기한 김상호. 영화 ‘보통사람’은 투샷을 통해 이 둘의 대비되는 가치관을 상징적으로 말했다. 사진 (주) 오퍼스 픽쳐스.

1980년대 평범한 가장 강성진을 연기한 손현주(사진 왼쪽)와 진실을 좆는 기자 추재진을 연기한 김상호. 영화 ‘보통사람’은 투샷을 통해 이 둘의 대비되는 가치관을 상징적으로 말했다. 사진 (주) 오퍼스 픽쳐스.



영화는 외적으로만 보자면 특별할 것이 없다. 1980년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배우들의 헤어스타일, 옷차림, 공간적 배경 등을 통해 그 당시를 충실히 반영했다. 이렇게 시대적 분위기를 올드하게 재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비추다. 시소의 양 끝에 있는 최규남과 추재진,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강성진 이 세 인물을 통해 우리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들추고 권력의 횡포를 비판하는 아주 전형적인 시대극이다. 투샷과 클로즈업을 통해 대비되는 인물의 가치관을 상징하고 그로 인해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카메라 구도 역시 익히 봐온 스타일이다.

그러나, <보통사람>의 특별함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러한 전형성에서 나온다. 재진이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지며 성진과 대립각을 세울수록 뚜렷이 드러나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성진의 내면 속 진실이다. 그는 영화 말미가 되어서야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건 바로 보통 이상의 삶에 대한 어느 평범한 인간의 동경과 욕구였다.

영화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성진을 평하던 관객은 바로 이 지점에서 돌연 뜨끔해진다. <보통사람>의 인물들은 이렇게 끊임없이 화면 밖 관객을 향해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라고 외친다. 오는 23일 영화관에서 직접 그 외침을 듣게 된다면 당시의 고민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도 해당되는 것임을, 실은 우리 자신도 꼬챙이에 꿰여 몸을 옴짝달짝 할 수 없는 눈이 퀭한 북어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달을 것이다.

<손민지 인턴기자 whitetr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