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조선왕조실록] 80. 똥을 개혁하는 것이 나라를 개혁하는 것이다! 下

비싼 돈 들여서 일본 물 먹여놨더니 돌아와서 하는 소리가, 나라를 개혁하기 위해선 똥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니 고종으로선 그저 황당할 따름인데….

“…왜 개혁해야 하는데? 똥을 개혁하면 어째서 나라가 발전하는데? 어이 옥균이, 내가 좀 이해가 안가거든? 내가 알아 드실수있게 한번 풀어서 토킹어바웃 해주면 내가 아주 해피하겠다.”

“예, 전하…일단 도성안의 똥에 대해 말씀드리겠사옵니다. 도성 안 백성들이 똥을 처리하는 방식은 뒷간에 똥을 싸면, 그걸 일일 다 똥장군에 퍼서 도성 밖으로 나가서 뿌리던가, 농부들한테 파는 방식이던가, 안되면 돈을 주고 똥을 퍼 나르게 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력이 안 되는 백성들은 그 똥을 그냥 길바닥에 버리거나 한강변에 버려버립니다.”

“…음 그게 어때서? 자연정화라는 게 있잖아.”

“전하, 도성 안의 사계절을 보십시오. 영국의 여행가 새비지랜도어란 양놈이 이르길 서울에 도착하니, 여름에는 비 덕택에 오물이 씻겨 내려가 지낼만 하고, 겨울이면 얼어붙어서 괜찮지만, 봄만 되면 얼었던 오물이 풀리면서 풍기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라 차라리 코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자식…그건 마, 양놈들이 원래 코가 커서 그래, 코가 크면…거시기가…가 아니라 콧구멍이 크고, 콧구멍이 크면 마, 냄새도 많이 들어가는 거잖아! 그리고 임마, 냄새 그까이거 안 되면 콧구멍에 담배 필터 박아 넣으면….”

“전하! 담배 필터는 사격장에서나 쓰는 방법이옵니다! 아울러 그 사이즈가 다를 뿐더라, 넣어야 할 구멍도 다릅니다!”

“이 자식 냄새 가지고 되게 빡빡거리네…. 그래서 임마! 냄새 좀 난다 어쩔래? 똥냄새 좀 나는 게 어디가 어때서? 고향의 냄새 나고 좋잖아? 그리고 정 냄새나면 마스크 써!”

“전하…근대국가의 제1조건은 위생이옵니다. 중세 서양에 돈 흑사병을 보십시오. 다 위생에 신경 쓰지 않고 생활하수를 강에 내버렸기 때문에 흑사병 창궐을 도왔던 것입니다. 일단 위생에 신경쓰면 환경이 깨끗해지고, 환경이 깨끗해져야 건강을 챙길수 있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마음을 가다듬은 연후에 온 백성이 합심하면 무슨 일이든 못 이뤄내겠습니까?”

“…옥균아.”

“예, 전하.”

“You win!"

이리하여 김옥균은 1882년 치도약론(治道略論)을 지어 도시의 하수구 처리문제에 대한 규정을 만들더니, 이윽고 이를 지키고 감시할 ‘똥 특별 관리국’인 치도국(治道局)을 창설하게 되었다.

“잘 들어라! 너희들은 조선 근대화와 부국강병의 최전선에 배치된 조선 개화의 선봉장들이다. 너희들이 똥을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에 따라 5백년 조선의 역사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제군들, 자긍심을 가지고 무단 똥배출자 검거에 앞장 서 주기 바란다. 이상!”

“전체 차렷! 국장님께 대하여 받들어 변!”

“쾌변!”

이리하여 치도국 관원들은 도성 안의 모든 무단 똥 배출자들을 색출하게 되는데, 순식간에 서울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일단 개별 똥 배출자들은 뒷간에 똥을 모아 매달 말일 배출시키면 그만이지만, 결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자동차 배기가스…가 아니라 우마차 배변가스가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이 당시 서울 안의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우마차들…이 우마차들을 끌고 움직이는 것이 말과 소인데, 이것들은 수레를 끌면서 틈나는 대로 싸 제끼는 것이었다.

“아이, 아씨 좋은 게 좋은 거라고…좀 봐주십쇼 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건데….”

“아저씨, 이거 왜 이러세요? 자꾸 이러시면 우리 총파업 할 겁니다!”

“이 아저씨들이 경제를 모르네…. 경제의 기본은 물류라는 말도 몰라요? 우리가 길바닥에 멈춰서는 순간 경제가 올 스톱이라니까!”

아무리 사정을 하여도, 조선 개화의 최선봉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치도국 관원들에게는 통하지 않았으니, 길바닥에 똥을 배출(?)한 사람들은 전부다 감옥으로 끌려가는 판국이었다. 김옥균은 머지않아 조선도 개화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데…이 확신은 오래가지 못했다. 개화파가 축출되는 통에 치도국은 설치 3개월 말에 폐지되었고, 김옥균이 생각하던 조선의 개화(?)는 멈춰 서게 된 것이었다. 이후 김옥균은 교과서에 나오다시피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3일 만에 쫓겨나게 되었다. 그러나, 김옥균이 떠나갔다 하여 김옥균의 사상마저도 사라진 건 아니었으니, 이후 ‘독립신문’이나 ‘대한매일신보’ 등과 같은 계몽 정론지들은 김옥균의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여 ‘똥’을 개혁하는 것만이 문명개화요, 부국강병, 독립 쟁취의 시발점이라면서 근대적인 똥 개혁을 주창하게 되었다. 지금 보면 좀 우스워 보이는 이야기였지만, 당대의 개화주의자들에게 있어선 이 ‘똥개혁’만이 조선 개화의 시발점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니…. 이래저래 조선시대 똥의 역사는 질곡의 역사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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