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비스 사실은] 84. 세기의 결혼? 그 이면의 이야기 下

오나시스는 모나코의 위기를 구해낼 비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툭 까놓고 너야 아무 여자랑 결혼해도 되잖아?”

“…에이 오형, 너무한다.”

“시끄러! 지금 나라가 넘어가느냐 마느냐의 상황인데… 지금 전 세계에서 모나코로 관광올수 있는 나라가 어디 있겠냐?”

“그… 글쎄요? 독일이나 영국 아닐까요?”

“너 바보 아냐? 당근 미국이지! 좀 살만한 나라들은 2차대전 때문에 나라가 박살나 버렸는데 독일·영국·프랑스·일본 등등등 웬만한 나라들 다 박살나 있잖아!”

“아… 그렇구나.”

“남은 건 미국 하나 뿐인데… 미국 관광객을 끌어와야 하거든.”

“그렇군요. 근데 그거랑 저랑 무슨 상관이죠?”

“… 네가 인마 미국 여자랑 결혼하면 미국 관광객이 찾아 올 수도 있잖아! 미국에서 잘나가는 여자 한명 데려와서 살아봐봐. 꼴에 너도 왕인데, 미국 애들이 관심 안가지겠냐?”

“그렇구나… 근데 어떤 여자를 데려와야 하죠?”

“지금 미국에서 제일 관심 받는 여자애들은 모조리 할리우드에 가 있어. 괜히 은막의 여왕이겠냐? 할리우드 여자배우들 중에서 지명도 있는 애 하나 고르면 돼. 이런걸 두고 일타 쌍피라 하는 거야 인마. 결혼도 하고, 관광객도 몰고 오고…”

“아싸 재수 땡!”

이리하여 오나시스와 레니에 3세는 왕비 후보감들을 물색하게 되는데…

“난 오드리 햅번!”

“야야, 걔는 벨기에 애야. 지금 미국 관광객 데려와야 하는데…”

“마릴린 먼로는 어때요? 인기 짱이잖아요.”

“인기는 좋은데… 흠 근데 걔가 사생활이 좀 시끄러워서…”

“에이, 그런게 어때서요. 원래 할리우드 애들은 다 소문나고 그러는 거 아네요?”

“소문도 소문 나름이지… 걔가 또 백치미가 있어서 관상용으론 좋은데, 왕비감으로는 아니야. 샤넬 CF모델로 뽑으면 또 모를까…”

“그럼 누구로 해요?”

“야, 너 ‘하이눈’ 봤냐?”

“아… 그거”

“그레이스 켈리 어떠냐?”

“그레이스 켈리?”

“애가 참하잖아. 이지적이고… 있는 집에서 배울 만큼 배웠다는 느낌 팍 오지않냐?”

“걔도 소문 안 좋던데…”

“야야, 원래 할리우드가 그런 데라면서? 원래 그런 데니까 대충 신경 꺼라. 그럼 그레이스 켈리로 간다.”

이리하여 오나시스는 그레이스 켈리와 레니에 3세의 중매쟁이로 변신하게 되는데…

“켈리야, 너도 인마 신데렐라 한번 해봐야지 안 그래? 지금이야 영화찍고 잘나가는 거 같은데, 나이 들어봐라. 새파란 애들 치고 올라온다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잘나갈 때 깔끔하게 정리하고 왕한테 시집가면 얼마나 뽀대나겠냐?”

“……”

결국 오나시스는 레니에 3세와 그레이스 켈리를 엮는데 성공하게 된다.

“자자, 일단 일반인들한테 환상을 심어줘야 하거든? 그러니까… 그래! 켈리 네가 모나코로 화보 촬영왔다가 모나코 왕이랑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대충 이런 시나리오로 가자 오케이? 좋아, 그럼 그렇게 가는 거야!”

1954년 그레이스 켈리는 잡지에 실릴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로 모나코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레니에 3세를 만나게 된다. 오나시스의 시나리오 그대로였다. 어쨌든 레니에 3세는 그레이스 켈리에게 청혼 선물로 1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네게 되고, 그레이스 켈리는 영화배우 출신답게 극적인 연출을 하게 된다. 바로 그녀의 작품 ‘상류사회’에 이 반지를 끼고 출연했던 것이다.

한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그렇게 클라이맥스로 올라가게 된다. 1956년 4월 그레이스 켈리와 레니에 3세는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과 함께 은퇴한 그레이스 켈리는 오나시스와 레니에3세의 바람대로 1957년 1월에 공주 캐롤라인을, 이듬해 알베르도 왕자를, 그리고 65년에 스테파니 공주를 낳음으로 프랑스와 합병되는 위기를 무사히 넘기게 된다. 아울러 모나코의 관광객을 결혼 이전의 몇 배로 끌어올리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이른다.

지금은 장녀인 캐롤라인 공주의 아들인 안드레아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모나코 하면 그레이스 켈리일 것이다.

세기의 결혼, 동화 같은 이야기, 한편의 영화 같은 스토리이지만 너무도 영화 같았다는 것… 그리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오나시스가 썼다는 사실은 그레이스 켈리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약인 일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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