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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김현주 “청력 떨어져도 활력은 넘쳐나”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도 귀가 계속 윙윙거려요.” SBS 파워FM ‘그대의 향기, 김현주입니다’(오후 6~8시, 프로듀서 남중권)의 진행자 김현주의 오른쪽 귀는 탈지면으로 가득 차 있다. 귓불에는 반창고가 수도 없이 붙어 있다. 3주 동안 조심하지 않으면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여전히 라디오 진행 중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81년 미스 롯데 은상 수상과 동시에 KBS 공채 8기 탤런트로 연예계에 입문한 김현주는 탤런트보다는 라디오 DJ로 더 알려져 있다. 84년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시작으로 ‘그대의 향기’까지 23년째 라디오에서 잔뼈가 굵었다. 배우로 잘나가던 20대 중반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대학원에서 라디오 연출을 전공할 정도로 애정이 깊다. 미국 유학기간인 3년을 제외하고는 라디오 마이크를 놓아본 적이 없다. 청력을 잃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20년 전 KBS ‘TV문학관’에 출연했을 당시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실감나는 연기를 잘해보려고 배우다가 다이버 자격증까지 땄죠.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흑돔을 발견하고 흥분한 동료와 사인이 맞지 않았고, 작은 사고로 고막 손상을 입게됐어요. ”

당시 고막에 상처났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아 잊고 지냈다. 고막 통증이 심해진 건 올해 초. 검사 결과 후천성 만성중이염이었다. 청신경은 다행히 살아 있지만 수술하지 않으면 청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달 23일 귀 연골에 염증을 제거하고 인공고막을 넣는 대수술을 받았다. 큰 수술이었지만 3일 만에 퇴원하고 다시 라디오 스튜디오로 복귀했다.

“소리가 먹먹하게 들리니까 방송을 하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두 시간 방송을 끝내고 나면 머리가 울려요. ‘골 때린다’는 말이 왜 있나 했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다니까요.(웃음)”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도 아픔을 참으면서도 마이크를 놓지 않는다. 라디오의 생명은 생방송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런 열정은 2004년 중부지역 폭설로 고속도로에 1만명이 고립되는 사고 때도 빛을 발했다.

“그날 방송분을 녹음해둔 상태였는데 날씨를 보니 생방송을 해야겠더라고요. 방송국(TBS)으로 막 달려가는데 차가 하도 막혀서 옥수동부터 중구 남산 자락까지 걸어갔죠.”

진행하던 교통방송(TBS) 음악프로그램 ‘라이브FM’(오후 10시부터 12시)가 갑자기 중앙재해대책기구로 변신했다. 갑작스러운 폭설로 한국도로공사나 경찰 등이 허둥대고 있을 때 교통방송이 폭설 상황과 대처요령, 긴급구호 등의 정보로 운전자와 승객들에게 희망이 되어줬다.

“라디오의 생명은 날씨, 시사, 선곡이라고 생각해요. 지난주 일요일 방송분은 이미 녹음을 마친 상태였는데 눈이 온다는 예보에 생방송 채비를 했죠.”

‘그대의 향기’는 7080음악을 선곡하는 음악프로그램이지만 청취자들과 실시간으로 호흡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날 뉴스에 맞춰 오프닝 멘트를 선정하고, 7080세대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선곡이라는 3박자가 딱 맞아떨어진다. 심수봉부터 에픽하이까지, 패티 페이지부터 머라이어 캐리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종합선물세트처럼 풀어놓는다.

“TV는 ‘나 할 테니까 너봐라’는 식이라면 라디오는 청취자와 쌍방향으로 호흡할 수 있죠. ‘언니 라디오 들으며 고등학교 다녔다’는 청취자가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여전히 라디오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배고프다는 얘기가 하기 무섭게 떡볶이와 삶은 계란 배달왔다는 경비실 호출이 울릴 정도로 가족 같아요.”

‘라디오 DJ나 한번 해볼까’라고 쉽게 말하는 후배들이 안타깝다는 김현주는 “23년 동안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단 한번도 결석이나 지각을 한 적이 없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라디오는 높은 책임감 없이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라디오 스튜디오만 들어오면 편안해진다는 그녀. 그래서 23년 개근으로 청취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김현주야 말로 진정한 라디오 스타가 아닐까.

〈박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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