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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이정재가 본 ‘영혼의 집’ 삶의미 다시 깨닫게

“클라라(메릴 스트립)가 보고 싶구나….”

순간 가슴이 저릿했다. 눈물도 핑 돌았다. 시작한 지 고작 2~3분이 지났는데 영화를 다 본 것 같았다. 짧은 대사 한 마디와 표정으로 나를 사로잡은 주인공 제레미 아이언스는 정말 대단했다. 나는 언제 저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 눈앞은 캄캄한데 가슴은 마구 쿵쾅거렸다. 이내 언제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영화에 빠졌고, 끝난 뒤 한동안 자리에 앉아 상념에 젖었다. 극장을 나와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끝내 술집을 찾았다. 친구를 불러내 방금 보고 나온 ‘영혼의 집’(The House Of the Sprits)과 제레미 아이언스가 예전에 출연한 ‘미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흠뻑 취했다.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화이다. 15년쯤 전, 울적한 마음에 평소 좋아하던 제레미 아이언스의 이름만 보고 본 영화인데 감명깊게 본 작품에 관한 질문을 받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우선 떠오르는 에피소드이다.

‘영혼의 집’은 칠레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완고한 한 아버지와 가족, 이들 주변인들의 삶을 회상 형식으로 담았다. 앞서의 대사는 지독한 아집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주인공이 노년에야 잘못을 깨닫고 딸(위노라 라이더)과 함께 고향의 옛집을 찾아와서 되뇐 첫 마디다.

서사극인 영화는 많은 러브 스토리를 들려준다. 각양각색의 사랑 이야기를 정치·사회적 격동과 이에 따라 바뀌고 뒤집히는 사람의 운명을 바탕으로 보여준다. 부부·부녀·모녀·연인 간의 사랑과 성격·신분·가치관·이데올로기 문제로 비롯되는 갈등과 복수 등을 통해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 주제는 이제까지 많은 영화들이 다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생살이의 영원한 주제이므로. 영화의 주체 가운데 한 명인 내게 자문해 본다. ‘네 인생에서 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이냐, 그것을 위해 살고 있느냐?’고.

<이정재·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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