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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錢쟁⒀ ‘워낭소리‘를 찾아서

\'워낭소리\'의 할아버지와 소는 일심동체나 다름없다. \'워낭소리\'는 30여년을 함께 한 이들의 동행 중 마지막 1년여를 감동적으로 담았다.

아버지를 찾아서, 소(牛)를 찾아서….

‘워낭소리’를 연출한 이충렬 감독이 IMF 당시에 안고 있던 과제였다. 아버지와 그를 닮은 소를 찾는 것, 이 감독이 이 과제를 푸는 데에는 무려 5년이 걸렸다. ‘고향은 지금’ ‘6시 내고향’ ‘모닝와이드’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전국의 우(牛)시장과 일 소가 있을 만한 섬과 오지, 계단식 논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허탕을 치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워낭소리’의 최선균 할아버지(80)와 40살 먹은 소는 2005년에 만났다. 경북 봉화 축협 관계자가 소개해 줬다. 농사를 지어 5남4녀를 출가시킨 할아버지, 평균 수명(15년)을 훌쩍 넘겨 그와 30년을 함께 한 늙은 소. 이 감독이 애타게 찾던 아버지 상과 소였다.

촬영을 하는 데에는 햇수로 3년, 실제로는 만 1년 6개월이 걸렸다. 비용 때문에 봉화에 상주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데려온 촬영감독마다 중간에 손을 들어 극적 요소가 강한 몇몇 장면은 찍지 못했다.

촬영한 분량은 총 6600시간에 달한다. 이를 8개월여 동안 10번 넘게 편집, 78분짜리로 완성했다. 순제는 8500만원, P&A(Print&Advertisement) 비용으로 6500만원 정도가 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9일까지 4만1196명이 관람, 개봉 다큐 가운데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2억8484만여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뜨겁게 각광받고 있다.

\'워낭소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60여년을 함께 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소(牛) 이상의 소이고, 그의 잔소리는 또 하나의 워낭소리이다.

‘할아버지가 매정하게 늙은 소를 왜 그렇게 부리는지’ ‘겨울에는 땔감으로 아카시아 나무를 쓰지 않는다’ ‘자식들이 늙은 부모를 모시지 않는 게 안타깝다’….

‘워낭소리’ 감상평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에 이어 ‘워낭소리’를 선보인 고영재 프로듀서는 “소는 움직이지 않으면 오래 살지 못 한다”면서 “겨울에 할아버지의 걱정은 소를 데리고 어디로 갈까 하는 거였다”고 밝혔다. 아카시아를 떼는 데 대해선 “일본인들이 아카시아를 퍼뜨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할아버지께서 주관이 확실하고 고집도 세 극중에 나오듯 비료를 쓰지 않는다"며 "고향에서 땅과 더불어 살겠다고 하셔서 자식들이 모시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워낭소리’의 재미를 더해주는 할머니에 대해 “9남매는 어머니가 무서워 방과 후에는 농사를 도와야 했고 학과 성적도 뛰어나야 했다”면서 “자식들이 모두 자수성가한 게 할머니 덕분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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