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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독백]이정재 “뜨거운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 '하녀'의 주인집 남자 훈은 좀 나쁜 남자다. 부족할 것 없는 재산과 아름다운 아내 해라(서우)를 소유하고 있지만 하녀 은이(전도연)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다. 이번 영화에서 '나쁜 남자' 훈은 배우 이정재의 몫. 20대 초반, 드라마 '모래시계' 속에서 묵묵히 한 여자를 지키는 '재희'로 수많은 여심을 흔들었던 그가 이제 좀 다른 매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지난달 2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어떤 배우보다 '쿨'하게 자신을 보여줬다.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면 껄끄러운 연기도 오케이

'하녀' 속 훈은 역할의 중요성은 있는데 약간 이상한 놈이죠. 달리 좋은 단어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이상한 놈 나쁜 놈 또 어떤 놈', 그러니까 새로운 '놈놈놈'이에요. 진짜 '놈놈놈'과 달리 한 사람이 이상한 일도 하고 나쁜 짓도 하고 그래요(웃음). 

임상수 감독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임 감독은 굉장히 위트 있고, 자신이 원하는 주제나 메시지를 끝까지 잘 찍어내죠. 굉장히 정확해서 무서울 수 있는데, 정확한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원작(1960년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은 물론 봤어요. 사실 나는 영화를 찍으면서도 원작에서 나오는 복수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계단신, 쥐, 독약 같은게 안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찍고 나서 생각해보니 다 나왔어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원작과 다르게 갔으니 대단히 잘 만들었죠. (은이와의 베드신에서) 껄끄러운 대사가 있었지만 반드시 해야하니까 했죠. 행위를 하면서 뭘 해달라고 하거든요. 전 영화에서는 모멸감을 주는 역할이에요. 그 모멸감을 받은 은이나 병식(나이든 하녀, 윤여정)이가 우리에게도 인격과 고결함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영화죠. 베드신에서 하는 대사도 그런 주제를 함축해요. 

■실제로는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평범한 30대 남자 

(93년도에 연기 데뷔하고 18년째 연기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에) 징그럽죠. 운도 많이 따라줬던 것 같아요. 매 작품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즐겁게 하지 못했어요. 스트레스 많았어요. 연기도 잘 안되고, 대사도 잘 안 외워지고. 카메라 돌아가면 울렁증 생겨서 NG 30번씩 냈어요. 1994년 KBS 주말드라마 '남자는 외로워'에서 (오)연수 누나와 함께 나왔는데, 추운 겨울인데 한 시간이면 끝날 촬영을 밤샌 적도 있어요. 내가 NG를 너무 많이 내서죠.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단 말도 못하고 끝나자 마자 도망쳤어요. 

배창호 감독님 만나서 연기를 배우면서 좀 편해졌죠. 그 영화(1994년 신은경과 함께 주연한 '젊은 남자'당시 그는 부와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한 삼류모델을 맡았다. 이정재는 이 영화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영평상, 백상예술대상의 신인남우상을 휩쓸었다)가 계기가 됐어요. 사실 지금도 연기가 편치는 않은데, 불편하지 않은 척 하는 거죠. 누가 더 불편하지 않은 척하느냐가 잘하고 못하고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전도연 씨는 안 불편한 것 같아(웃음). 

사람들은 배우의 삶은 멋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평범해요. 친구들 만나고 소일거리를 찾아 돌아다니죠. 소일거리란 집에서 뭘 해먹을까하는 고민이나, 운동이죠. 

지중해에 배 띄워 놓고 샴페인을 마실 것 같은 상상이요? 영화배우가 영화처럼 살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면 영화기자는 왜 영화같이 안살아?(웃음). 

여자친구는 아직 없어요. 나이가 찼다고 결혼해야겠다는 거는 아닌 것 같고. 뜨거운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뜨겁게 사랑을 해야 결혼을 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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