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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순 “이번엔 소금밭에서 생고생”

배우 박희순. 사진ㅣ이석우기자

배우 박희순의 화법을 굳이 분류하자면 ‘한술 더 뜨기’다. 연극배우 시절 무대서 칼싸움을 하던 실력을 이야기하다가 “그땐 나이가 젊어 검술을 꽤 잘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돌도 내리칠 때군요”라고 맞장구치면, 기다렸다는 듯 “돌덩이 수십 개”라고 한 술 더 뜬다. 영화 <맨발의 꿈>의 흥행 성적이 저조해 아쉬웠다고 조심스럽게 말하자, 박희순은 “망했다”고 한 발짝 더 나가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아픈 기억도 웃음으로 변하게 만드는 유쾌한 배우다.  

박희순은 24일 개봉하는 영화 <혈투>에서 조선 군장 헌명을 연기한다. 이 영화는 광해군 11년을 배경으로, 세 명의 조선군이 전투에 패한 후 적진 한 가운데 있는 객잔에 고립되면서 생기는 일을 그렸다. 헌명은 이 곳에서 친구인 도영(진구)과의 엇갈린 과거를 알게 되고, 또 다른 조선군 두수(고창석)와도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영화와 배역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박희순의 화법이 빛을 발한다. 

“<맨발의 꿈> 촬영으로 동티모르에 갔다오자마자 <혈투>를 촬영했죠. 축구 끝나고 검술을 시작한 셈인데, 연극할 때 목검 쓰는 연기를 많이 했어요. 겉으로는 ‘못해’ 하면서도 내심 자신이 있어서 스태프들을 깜짝 놀라게 해줘야겠다고 했죠. 그런데 내 나이가 많아졌다는 걸 깜박한거지. 그땐 20대였으니까. 나는 ‘붕’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모니터 하면 아주 조금 뛰어올랐더라고(웃음).”   

와이어를 쓰는 액션이었으면 멋이나 있었을 텐데, 이건 두드려 패는 ‘개싸움’이라 골병만 들었다고 했다. 언제 적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인지 아군인지 확실치 않은 사람들과 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 극적 긴장감이 팽팽한 만큼 영화 현장도 그랬다. 

“한 명 두 명 지치기 시작했어요. 나이 먹어서 나만 힘든 줄 알았어요. 밤늦게까지 촬영하고 죽을 것 같은 몸을 이끌고 겨우 나왔더니 (고)창석 씨가 드러누워 있더라고. 어디가 쑤셔서가 아니라 너무 힘들어서 ‘아’라는 신음소리를 내면서요. 그래서 젊은 진구는 괜찮은 가 봤더니 목소리도 안 나와요.”

힘들다고 촬영을 안 한 건 아니다. 그 와중에 상투를 올리고, 얼굴 분장을 했다. 그리고 감독에게 가서 요구했다. “우리 너무 힘드니까 링거를 좀 맞고 찍겠다”라고. 

그는 스스로 오지 전문 배우라고 할 정도로 고생을 자처해왔다. <남극일기>에서는 뉴질랜드 강추위에 고생했고, <10억>은 호주의 뜨거운 사막에서 촬영했다. 동티모르에서 축구 영화인 <맨발의 꿈>을 찍을 때는 뜨거운 햇빛에 머리카락이 탈색됐다. <혈투>에서는 소금밭에서 칼싸움을 한다. 바람이 불면 소금이 눈에 들어가 고생을 했다. 그래도 그는 차기작 <의뢰인>에서 테니스 치는 한 장면을 위해 지난 연말 내내 테니스를 배우면서 사서 고생을 해왔다. 법정 촬영 분을 위해서는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했다. 

고생한 전작들에 비해 차기작에서는 검사(<의뢰인>)와 고종황제(<가비>) 등 신분 상승한 모습을 보인다. 

“직업에 한이 많아서 ‘하이 클라스’로 가는 거지. <가비>가 최고의 정점이에요.”

절친인 배우 임원희가 올해 10살 연하의 여성과 결혼하는데, 결혼으로 행복의 정점을 찍고 싶지 않냐고 했더니 말끝을 흐린다. “어머니의 올해 소원은 ‘노총각 아들’ 박희순의 장가일 것”이라고 했더니 바로 한 술 더 뜬다. “우리 어머니의 소원은 내가 CF모델이 되는 거예요”라고.  

 
<글 박은경 기자·사진 이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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