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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위원 8명, “박찬호, 부담을 버려라”

2012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8개 팀이 시범경기를 정리하며 본격적인 개막 체제로 돌입할 때다.

어느 때보다 ‘이슈’가 많은 이번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각 방송사 해설위원 8명에게 3가지 공통 질문을 던져보았다. 시범경기를 지켜본 해설위원들을 통해 이번 시즌 요점을 간략히 전망해보았다.

■넥센·한화 돌풍, 의미있을까

시범경기는 한 마디로 테스트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에 불과하다. 이 기간 성적이 실제로는 큰 의미 없다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넥센과 한화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지난 해 최하위권이었던 두 팀이 29일 현재 나란히 1·2위를 달리며 시범경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두 팀에게도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뿐일까. 의견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두 팀 모두 대형 선수를 영입해 젊은 선수들에게 희망과 목표의식을 심어준 것 같다. 기존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된 느낌이다. 패배의식을 떨치고 ‘하면 된다’는 생각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준 SBS ESPN 해설위원도 “넥센의 투수 전력이 괜찮고, 한화 백업 전력도 탄탄해졌다. 약팀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생각보다 선수들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숭용 XTM 해설위원 역시 “넥센은 매일 스타가 한 명씩 나오는데, 정규시즌에도 이만큼 스타가 나올지 관건”이라고 지적했고, 구경백 OBS 해설위원도 “넥센과 한화 모두 이기는 맛을 알았다는 것이 크다. 정규시즌에서도 지난 해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다른 4명 해설위원들은 큰 의미가 없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두 팀 전력이 분명히 좋아졌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윤석환 SBS ESPN 해설위원은 “큰 의미는 없다. 모든 경기가 상대적이다. 한화와 넥센은 승리에 목말라 있던 팀이다. 기선 제압 차원에서 시범경기에서도 테스트보다는 이기는 쪽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시범경기라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 단, 지금 모습으로 정규시즌까지 가면 재미있을 것이다. 개막하면 다른 양상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다’는 메세지를 전달한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안경현 SBS ESPN 해설위원도 “전력을 풀가동하지는 않는 시범경기라 큰 의미는 없다”면서도 “넥센과 한화는 확실히 지난해에 비해 짜임새가 생겼다. 이 모습을 계속 끌고가려면 분위기를 잘 다독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시범경기에서 감독 머릿속에는 테스트밖에 없다. 한화와 넥센의 전력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범경기 성적은 장기레이스와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습 드러낸 해외 복귀파, 어떨까

올해 흥행 키워드는 해외에서 돌아온 복귀파 4명이다. 투수 박찬호(한화)·김병현(넥센)과 타자 이승엽(삼성)·김태균(한화)이 한국 무대 정식 복귀를 앞두고 시범경기에서 전초전을 치렀다. 이번 시즌 이들 넷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대부분 해설위원들이 타자 이승엽과 김태균에 대해서는 “시범경기에서도 잘 해주고 있다. 이 페이스라면 둘 다 자기 몫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활약을 전망했다.

김병현에 대해서도 “별 걱정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구경백 위원은 “언더핸드 투수의 이점을 생각하면 10승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다만,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2차례 등판해 모두 부진했던 박찬호에 대해서는 부담을 버려야 한다는 시선이 많았다.

이숭용 위원은 “(박찬호가) 잘해야겠다는 마인드가 강한 것 같다. 준비 잘 했으니 충분히 10승 할 수 있다”면서도 “여기저기서 나오는 말을 잘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효봉 위원 역시 “모두가 박찬호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박찬호는 지금 전성기가 아니다.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본인이 심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현 위원도 “타자들과 상대할 때 유인구를 너무 일찍 낸다는 느낌과 함께 잘 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느껴진다. 마음을 편히 먹고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담감을 버리고 기본적으로 직구를 잘 관리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용철 위원은 “직구 스피드와 체력이 관건이다. 시속 140㎞대 초반 구속을 계속 유지하면서 슬러브나 커터가 통한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했고, 김정준 위원도 “직구를 효율적으로 쓰면서 자기 피칭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상문 위원은 “박찬호와 김병현, 이승엽은 외국생활을 오래 했다. 그라운드 사정과 리그간 룰 차이 등을 얼마나 빨리 적응할지를 눈여겨보면 좋겠다”고 짚었다.

■내가 주목하는 이번 시즌 포인트는

해설위원 4명이 삼성의 독주 가능성에 주목했다. 결국 삼성을 견제할 팀이 나오느냐가 이번 시즌 순위 판도를 결정하리라는 전망이다.

이용철 위원은 “초반 삼성에 대적할 만한 팀이 나오지 못한다면 모두 삼성을 피하지 견제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삼성이 월등하다. 조심스럽지만 최다승 우승까지도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삼성의 독주를 점쳤다.

김정준 위원도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 된 느낌이다. 삼성 외에 완벽한 출발을 보여줄 팀이 없어 보인다. 삼성이 시범경기에서는 나빴지만 전지훈련에서는 정말 좋았다. 반면 나머지 팀들은 각자 아킬레스건이 확실해 베스트 라인업에서 변수가 생기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효봉 위원은 “삼성이 2연패 할지 주목된다. 지금 삼성보다 강한 팀은 없다. 삼성은 4월에 달아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팀들이 놓치면 삼성이 독주할 것”이라고 했고, 안경현 위원 역시 “삼성을 견제할 만한 팀으로 KIA가 가능성 있지만, 부상 선수들이 언제 어떻게 돌아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환 위원은 KIA의 달라진 기동력에 주목했다. 윤 위원은 “해태 시절을 포함해 KIA는 기동력 있는 팀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달리는 야구를 보여줬다. 무조건 도루가 아니라 한 베이스 더 가겠다는 생각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KIA가 재미있는 야구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숭용 위원은 “한화와 롯데의 수비를 눈여겨보고 싶다. 그동안 안 줘야 될 점수를 쉽게 준 팀이었는데 얼마나 보강했는지에 따라 성적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백 위원은 “LG의 모습이 궁금하다. 선발 2명과 주전 포수까지 나갔는데 선전하고 있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기대했다.

양상문 위원은 “역대 시즌 가운데 1위부터 8위까지 승차가 가장 좁을 것으로 본다. 넥센과 한화의 시범경기 돌풍에서 보이듯 전체적으로 전력이 올라가 팀 간 격차가 줄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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