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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1년 같았던 하루…결국 쏟아진 눈물

뚜벅뚜벅 걸었다. 믹스트존에 들어왔을때, 숨소리는 정상이었다. 역영이었다. 박태환(23·SK텔레콤)도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2연패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은메달도 소중하다”고 했다. 머리와 몸에 여전히 물방울이 남았다. 3분46초02. 2위. 표정은 담담했다. 하지만 2012년 7월28일은 절대로, 절대로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

지옥과 천당을 오고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4시간. 박태환은 2009년을 얘기했다. 박태환은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때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그때 있잖아요. 2009년. 그때 정말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힘들게 다시 올라온 적 있잖아요. 그걸, 하루만에 한 것 같아요. 롤러코스터 탄 것 처럼”

28일 오후(현지시간) 2012런던올핌픽 남자 수영 400M 자유형에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한 박태환 선수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실격 발표가 난 뒤 숙소에 돌아갔다. 마냥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박태환은 “오후에 수영을 하게 되는 것도, 안하는 것도 아닌 상태였잖아요. 답답했죠”라고 했다. 결국 심판의 ‘오심’이 박태환을 흔들었다. 박태환은 “예선 실격 처리가 피해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지만…”, 잠시 말을 끊었다. “저한테는 좋은 성적이다. 그리고 금메달이 다른 선수 아니고 아시아 선수가 땄다는 게 굉장히 좋다”고 했다. 바로 옆에서 쑨양은 의기양양하게 자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아쉬움이 없을리 없다. “내심 40초대 기록을 생각하고 있었다. 연습도 많이 했다”고 했다. “저 랩타임이 얼마였죠”라고 묻더니 “300m 까진가는 잘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에 조금 부족했다”고 했다. 4레인의 쑨양은 320m 지점부터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박태환도 “쑨양이 앞서는 걸 봤다”고 했다. “내 자신을 이겨내고 쫓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부족했다”고 했다.

2012년 7월 28일의 수영을 떠올리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박태환은 중학생 때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예선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한 뒤 화장실에서 2시간 동안 혼자 있었다. 박태환은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하루가 길었다”고 했다.

지옥과 이승의 중간에서 버려진 4시간은 나락으로 떨어졌던 2009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길었다. 그때가 다시 생각났을지도 모른다. 400m 2연패를 위해 보낸 수많은 훈련이 생각났을지도 모른다. 그 노력을 모두 흔들어버린 오전 예선의 오심이 생각났을지도 모른다. 마치 1년 같았던 4시간이 생각났을지도 모른다. 그때 누군가 무언가를 물었다. 박태환의 눈가가 붉어졌다. 얼굴을 감싸쥐었다. 목이 멘 채,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박태환은 “죄송해요. 내일 물어보시면 안될까요”라고 흐느꼈다.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2009년에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지독하게 힘들었던 수영을 마친, 지독하게 길었던 하루를 보낸 박태환의 얼굴 위로, 주루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박태환 수영의 한 페이지가, 그 어떤 소설보다 극적이었던 한국 수영의 한 페이지가, 비 내리는 나라 영국 런던에서 눈물에 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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