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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축구 ‘단두대 銅매치’, 또다른 결승 닥치고 필승

‘또 너냐?’

운명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 축구가 벼랑끝에서 동메달 결정전을 벌이게 됐다.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단두대 매치’다.

홍명보 감독(43)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지난 8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축구 브라질과 준결승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일본은 다른 준결승전에서 멕시코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모두가 바라지 않았던 한·일전이 11일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리는 3·4위전으로 결정됐다.

결승 진출에 도전하는 홍명보호가 7일 맨체스터 올드트라포드경기장에서 브라질과 대결을 펼쳤다. 전반 브라질 호물로에게 선취골을 허용하며 0-1로 경기를 끌려가는 홍명보 감독이 전반 경기를 마치고 아쉬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내려오고 있다.맨체스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일전은 말그대로 ‘전쟁’이다. 패자에게 위로의 박수가 아닌 비난이 쏟아진다. 이 사실은 그 누구보다 홍명보 감독이 잘 안다. 4년 전 이집트 청소년월드컵 8강 쾌거를 일군 홍 감독이 올림픽팀의 지휘봉을 잡은 첫 경기가 바로 한·일전이었고, 그 경기에서 1-2로 패하며 비판의 도마에 올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 맞대결은 당시와 무게감부터 다르다. 올림픽 본선에서 성사된 첫 한일전이다. 여기에서 질 경우 첫 4강 진출이라는 업적은 일본에 동메달을 내줬다는 사실에 묻히고 만다.

축구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날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올라온 일본 팬들의 의견 가운데는 “한국전에서 진다면 모든 과정이 의미가 없어지는 만큼 꼭 이겨라”, “아시아 최강임을 증명해달라”는 등의 내용이 많았다. “멕시코에 패한 것도 분한데 한국에 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한국에 지면 일본까지 헤엄쳐서 오라”는 극단적 표현도 있었다.

양국의 역사적 관계나 국민적 감정 등을 고려하면 한국으로선 더욱 더 양보할 수 없는 경기다. 패할 경우 단순히 올림픽 동메달을 놓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잃는 것으로 귀결되고 만다.

홍 감독은 이를 잘 알기에 브라질전 패배 직후 “또 하나의 결승전이 남아 있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역대 한일전 중 가장 짜릿한 승부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도 표현했다.

선수들도 결승 진출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딛고 빠르게 심신을 추스려 한일전에 대비하고 있다. 홍명보호 18명에게 모두 절실한 병역 혜택이 걸려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그렇기에 동기부여 만큼은 무엇보다 확실하다.

선수들도 반드시 이긴다는 각오를 다진다. 백성동(21·주빌로 이와타), 황석호(23·히로시마 산프레체), 정우영(23·교토상가) 등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동료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어깨 부상을 입은 골키퍼 정성룡(27·수원)도 “부상은 이제 상관 없다. 한일전에 뛸 수 있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주장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은 “선수들 모두 한일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일본 대표팀 주장 요시다 마야(24·네덜란드 VVV 펜로)는 블로그에 글을 올려 “준결승 패배가 죽도록 아쉽다. 이젠 오직 동메달을 위해 전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미드필더 기요타케 히로시(23·뉘른베르크)는 “일장기를 달고 싸우는 이상 메달 없이 돌아갈 수 없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반드시 이겨 44년전인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동메달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뜻이다.

피할 수 없는 한·일전을 앞둔 양국 분위기는 오히려 준결승전 때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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