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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잡은 1등, 박수받은 꼴등

■ 러 우코프, 남의 옷 입고 높이뛰기

러시아 남자 높이뛰기 선수 이반 우코프(26)는 지난 8일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38을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그의 유니폼이 이상했다. 러시아 선수들의 공식 유니폼이 아닌 , 빨간색과 하늘색이 들어간 일반 티셔츠였다.

우코프는 높이뛰기 도전이 끝날 때마다 유니폼을 항상 가방에 챙겨놓는데,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유니폼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결승 도중에 일어났다. 궁여지책으로 탈락이 확정된 팀 동료 안드레이 실노프에게서 티셔츠를 빌렸다. 실노프는 2008 베이징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다.

우코프는 경기 후 “올림픽 챔피언의 옷을 입고 뛰었더니 그 행운이 전해진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의 기행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9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슈퍼 그랑프리 대회에서는 한 차례도 제대로 바를 넘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문제는 그 다음. 우코프의 경기 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도약 직전부터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는 등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조롱을 샀다.

경기 중 보드카와 에너지 음료인 ‘레드불’을 마셨다고 실토한 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용서를 구한 우코프는 런던올림픽에서 유니폼 도난사건으로 또 한번 엉뚱하게 주목을 받았다.

■ 사우디 첫 女선수 아타르 800m완주

모든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마지막 한 명이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머리카락과 귀가 보이지 않게 흰색 후드를 쓰고, 초록색 긴팔 트레이닝복에 검은색 레깅스를 입은 채 땀 흘리며 끝까지 달리는 선수를 향해 관중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사라 아타르(20)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선수 최초로 올림픽 육상 무대에 데뷔했다.

아타르는 9일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800m 예선 1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기록은 2분44초95로 조 최하위.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앨리시아 존슨(미국·2분00초47)과 비교하면 44초나 뒤졌다. 그러나 이날 출전한 선수 가운데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아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대회에 올림픽 사상 최초로 출전시킨 여자 선수 2명 중 한 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 수준이 여전히 바닥인 나라다. 여자가 올림픽에 나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끈질긴 노력으로 이슬람 국가 카타르·브루나이와 함께 이번에 여성에게 올림픽 문이 열렸다.

아타르는 출전을 허락받은 대신 복장 규정은 지켜야 했다. 얼굴을 제외하고는 신체가 일절 노출되지 않도록 꽁꽁 동여매고 800m를 완주했다.

사우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이중국적을 가진 아타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페퍼다인 대학교에서 육상선수로 뛰고 있다.

사우디 여성 최초로 역사적인 경기를 마친 아타르는 “역사적인 순간이고 잊지 못할 경험이다. 전진을 향해 큰 한 발을 내디뎠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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