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관심이 부담이었을까. 아니면 각색의 실패일까.
tvN의 월화극 <치즈 인 더 트랩>(극본 김남희 외, 연출 이윤정·이하 치인트)이 1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당초 웹툰 원작의 인기를 업고 원작 캐릭터와 이미지가 유사한 박해진을 캐스팅하면서 큰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드라마 중간 이후부터 ‘로맨스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이 사라지더니 남자 주인공 유정(박해진)의 분량을 뒤엎고 두 번째 남자 주인공 백인호(서강준)의 분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원작자 순끼 작가가 제작진과의 소통 부재를 질타하는 반응을 내고 배우 박해진도 각종 인터뷰를 통해 반발에 나서면서 종방을 앞둔 드라마는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뚜껑을 연 결말은 역시 논란을 재생산하는 수준이었다. 원래 원작에서 아직 나지 않은 결말을 드라마에서 냈다고는 하지만 결국 유정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고, 교통사고와 재벌 아버지의 비뚤어진 욕심 그리고 공항으로 떠나는 주인공 등 기존 드라마의 답답한 클리셰(반복되는 설정)를 거듭하면서 그저그런 로맨스물로 전락했다.
드라마를 연출한 이윤정PD는 원작의 재미 요소를 스스로의 개입으로 차단한데다 두 번째 남자 주인공에 대한 과도한 몰입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 데다 매체 인터뷰를 통해 정확한 연출의 변을 밝히지 못해 여론 질타의 한가운데 섰다. 결국 <치인트>의 논란은 인기 원작 드라마의 재가공이 얼마나 어려우며, 또한 얼마나 정교해야 하는 것인지 그 그림자를 보인 사례였다.
2000년 이후 안방극장 드라마의 양과 질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길이 회자되는 명작들이 많이 탄생했다. 하지만 그만큼 한 순간의 판단착오나 제작진의 오만, 물리적인 시간 부족 등으로 명작을 완성하는 결말단계에서 논란에 휩싸인채 급전직하한 작품들도 있었다. <치인트>처럼 비운의 결말을 맞은 다섯 작품을 골라봤다.
하지만 마지막회 이 모든 설정은 다 강태영의 시나리오 속의 내용으로 밝혀지며 시청자들을 충격이 빠뜨렸다. 최종회 방송 전 대본이 유출돼 경악할만한 결과를 시청자들이 알았고, 반발이 거세졌다. 하지만 제작진은 결국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으로 결말을 그대로 냈다. 개연성을 배제한 반전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 알려준 비운의 작품이었다.
특히 마지막 회는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설정을 보여 실소를 자아냈다. 결국 구은채(장서희)의 복수에 악인이 된 신애리(김서형)와 정교빈(변우빈)은 함께 목숨을 끊었다. 이후 구은채가 바닷가에서 지난날을 떠올릴 때 신애리와 정교비의 모습이 하늘 위로 떠오르는, 마치 만화를 연상하게 하는 결말이 화제가 됐다. 악인의 행패로 두고두고 분량을 채운 다음 갑자기 죄를 뉘우치는 김순옥 작가 특유의 구성이 이 드라마를 통해 비롯됐다.
극중 지훈(최다니엘)과 준혁(윤시윤) 사이에서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던 세경(신세경)의 선택은 당시 막판까지 시청자들의 큰 관심이었다. 원래 지훈을 좋아했던 세경이 막판에는 준혁에게도 마음이 가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알듯 모를 듯 감정을 느끼던 두 사람이 빗길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듯한 뉘앙스를 줬다. 새드엔딩은 새드엔딩이라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족 시트콤에서의 교통사고 사망으로 시청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재료는 좋았지만 전반적으로 이들의 정서를 버무려 내는 제작진의 모습은 서툰 모습이었다. 강영걸(유아인)부터 이가영(신세경), 정재혁(이제훈) 등이 각각의 결핍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묘사되면서 시청자의 아우성을 샀다. 결국 마지막회에는 재혁의 계략으로 사업에 실패한 영걸이 미국에서 괴한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하는 충격적인 결말이 났다. 수영장에서 총을 맞은 흰 의상의 유아인 이미지는 두고두고 시청자의 뇌리에 남아 고통을 줬다. 심지어 누가 왜 총을 쐈는지도 드라마는 일러주지 않았다.
하지만 생방송 같은 촬영에 시간에 쫓기던 <적도의 남자>에는 KBS 드라마국이 위치한 여의도에서의 촬영분량이 급속하게 늘었다. 그러더니 19회 방송에는 결국 후반부 7분 분량이 잘려 갑자기 드라마가 끝나는 초유의 방송사고를 냈다. 이후 20회에서 이를 봉합하려 했지만 이미 시청자의 맥은 풀린 상태였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감정선 역시 서둘러 봉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