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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오수견’, 인명구조견을 아시나요

지난 10일 송모씨(42·경기 광명)를 비롯한 10명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태산으로 트레킹을 떠났다. 방태산 약수터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 일행은 휴대전화가 비에 젖는 것을 우려해 차량에 8대를 두고 2대만 소지하고 산을 올랐다. 하지만 이날 방태산 일대에 ‘비 폭탄’이 쏟아졌다. 계곡 물은 금세 불어났고 이들은 모두 고립됐다. 가지고 온 휴대전화 2대마저 방전돼 연락이 두절됐다.

일행은 방태산 정상 폐가에서 비를 피한 후 날이 밝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계속된 비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속수무책으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던 그때, 폐가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멍! 멍!” 짖은 개는 인명구조견이었다.

10일 조난자 10명을 구조한 죤(왼쪽). 강원소방본부 제공

강원소방본부 특수구조단은 가족의 신고로 출동한 지 8시간 만에 폐가에 있던 조난자 10명을 무사히 구출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들을 발견한 것은 인명구조견 ‘죤’(5세·보더콜리). 현장에 투입된 지 2시간 만에 ‘죤’은 자신을 증명했다.

태풍이나 장마가 집중되는 여름철은 구조견의 활약이 돋보이는 계절이다. 지난 7일에는 같은 강원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속 ‘지나’(5세, 래브라도레트리버)가 양양군 강현면 답리 인근 야산에서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장모씨(30) 시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개가 인명구조견으로 활약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과학이 개의 후각을 대체할 수 없어서다. 수의계는 개의 후각이 사람보다 약 1억배 뛰어나다고 본다. 무려 10㎞ 이상 떨어진 곳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청각 역시 사람보다 50배 뛰어나 작은 소리도 쉽게 분별한다.

그렇다고 아무 개나 인명구조견이 될 수는 없다. 적성검사로 후보견을 먼저 선정한다. 후보견은 2~3년 동안 맹훈련을 받고 국제심사위원에게 각종 평가 항목을 통과해야만 정식 인명구조견이 될 수 있다.

강원소방본부 소속 인명구조견이 훈련을 하고 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강원소방본부 소속 인명구조견이 훈련을 하고 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어떤 순간에도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는 온순한 성품도 필수다. 험한 산악 지형을 악조건 속에 활동해야 하므로 민첩함과 대담성도 필요하다. 출동에 투입되면 일주일씩 이어지는 장기간 수색에도 지치지 않는 지구력도 갖춰야 한다.

한국인명구조견협회 관계자는 “무엇보다 개 성품이 명랑하고 온화해야 한다”며 “산만하지 않고 장기간 집중할 수 있는 능력도 필수”라고 말했다.

인명구조견 세계경진대회에서 2위 성적을 거둔 잉고. 김종욱 훈련사 제공
김종욱 훈련사와 출전한 잉고가 인명구조견 세계경진대회에서 2위 성적을 거두는 쾌거를 달성했다. 김종욱 훈련사 제공
한국인명구조견협회 소속 인명구조견이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인명구조견협회 제공

한국의 인명구조견은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전하는 세계경진대회에서 중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거뒀다. 2015년에는 한국인명구조견협회 소속 잉고(5세·저먼 셰퍼트)가 세계 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 인명구조견 역사 18년 만의 성과다. 잉고와 함께 출전한 김종욱 훈련사는 “수색과 장애물 모두 높은 점수로 통과했고 함께 출전한 팀원과의 호흡도 좋았다”며 “이미 한국의 인명구조견 육성 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했다.

현재 인명구조견은 서울·부산 등 8곳의 지자체에서 운용하는 26마리가 전부다. 향후 5년간 인명구조견 69마리가 새로 양성된다. 인명구조견의 활약에 비해 마릿수가 턱없이 부족하는 지적이 나와서다. 훈련사와 구조견 시설 또한 확충된다.

계획을 추진한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은 “인명구조견의 활약과 성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국내 인명구조견과 훈련사들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증거”라며 “인명구조견 확충 계기로 국민안전인프라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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