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뿌리 찾은 누렁이, ‘황금 개띠해’ 맞아 대접 달라질까?

무술(戊戌)년은 ‘노란 개의 해’라는 뜻이다. ‘노란 개’는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다. 아파트보다 마당 있는 집이 더 많았던 그 시절, 누렁이들은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줬다.

노란 개의 해를 맞아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누렁이’ ‘똥개’ 등 견종보다는 애칭으로 주로 불리던 한국 토종개의 혈통이 밝혀지고 보존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33품종 2258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토종개의 유전자는 다른 외국 견종보다 늑대와 코요태에 더 가까웠다. 그만큼 더 ‘야생성’이 짙다는 의미다. 야생 늑대의 유전성은 ‘늑대개’로 알려진 시베리안 허스키보다 높았고 풍산개, 동경이, 진돗개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로 확실한 혈통이 정립됨에 따라 토종개도 세계적 애견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연구를 진행한 박범영 농진청 축산생명환경부장은 “토종개의 유전적 정체성을 세계 애견연맹 등에 알려 세계적 명견 육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토종개 3종만이 이번 연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불개, 제주개, 삽살개 등은 연구에 필요한 기본 개체가 부족했다 대부분의 토종개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아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지고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최근엔 진돗개와 삽살개에 이어 동경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등 토종개 보존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진돗개만이 관청에서 관리가 되고 있고, 동경이는 민간 단체에서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주개, 불개, 코리안 마스티프 등의 다른 종의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 많던 누렁이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걸까?

한국 토종개의 수난은 민족의 수난과 함께했다. 일제감정기 때 일본인들이 군수 물자 조달을 위해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 등 국내 토종개들을 닥치는 대로 도살했다. 해방 후에도 토종견들은 식용으로 쓰이기 위해 대량으로 죽임을 당하며 멸종 직전까지 가게됐다.

박 부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의 개 품종들 사이에서 한국 토종견의 유전학적인 정체성과 독창성을 정립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토종개는 후대에 물려 줄 소중한 생물한적 자연유산인만큼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한 토종개 보호·육성 사업이 시급하며, 체계적·과학적으로 관리·보존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