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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꽁병지TV’로 유튜버 변신 김병지 “불가능이라고 했던 706경기 출장처럼, 1조원 모아 축구 구단주 될 것”

이제는 축구선수가 아닌 그의 호칭을 뭐라고 해야할까. 그는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의 이사장이고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 SPOTV의 축구 해설위원이다. 하지만 집에서는 태백, 산, 태산 3형제의 ‘아버님’이기도 하면서, 최근 문을 연 유튜브 채널 ‘꽁병지TV’의 메인 BJ(Broadcasting Jockey·방송진행자)다. 일단 ‘위원님’이라고 호칭을 정리하고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은퇴한 분이 왜 이리 하는 일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를 이용해 공공에 이로운 여러 일을 하고 해설도 하고, 유튜버가 되는 일은 김병지가 결국 마지막에 하고 싶은 일을 위한 교두보였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1조원의 자본금을 모아서 프로축구단의 구단주가 되는 것이 목표다. K리그의 구단주가 되는 것도 되고, 해외 유명구단을 살 수도 있다. 그런 그의 원대한 꿈을 들은 이들은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 모습은 예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나이 서른여덟에 500경기를 출장한 골키퍼가 600경기를 출전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기왕이면 즐거우면 좋다. 그는 그렇게 유튜버가 됐다.

지난 6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통해 유튜버로 변신한 김병지 SPOTV 축구해설위원. 사진 성우애드컴

- 은퇴 후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근황을 들려달라.

“백수가 오히려 과로사로 죽는다고 (웃음) 그렇게 바쁘게 보내고 있다. 지난 4월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 이사장이 됐고, 1차적으로 ‘허정무가 차고, 김병지가 막는다’는 캠페인 프로젝트로 북한에 500만원을 보내는 일을 시작했다. 유소년 축구와 관계된 일을 하고 있고, 다문화 가정에 세탁기를 전달하는 일도 했다. 유튜브도 물론 하고 있다.”

- 지난 6월16일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개설했다. 현재 구독자가 1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는데. 왜 유튜브였나.

“해보니까 방송은 모든 것이 준비돼 있는데, 유튜브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만들어야 하더라. 그리고 일단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즐겁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도 보통 10만명의 구독자를 모으는데 까지는 유명한 분들도 3년 정도가 걸린다는데 빠른 편이다. 축구 콘텐츠가 팬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일이 많으니까, 좀 더 많은 분들과 교감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나의 콘텐츠는 아니다. 먹방(먹는 방송)도 있고 두산 출신 박명환 선수가 나오니 야구도 할 거다.”

- 현역 때와 지금, 언제가 더욱 바쁜 것 같나.

“바쁜 것은 비슷하다. 그때는 훈련이나 경기를 위해 모든 걸 맞춰서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은 일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오늘도 홍명보 장학재단의 행사를 하고, 관련 미팅을 하고 왔다.”

- 2018 러시아월드컵이 마무리 됐다. 국가대표 선배이자 해설위원으로 대한민국의 러시아월드컵을 돌아본다면?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다. 실패하면서 계획이 틀어졌지만 독일을 이긴 것은 값진 경험이다. 아쉬운 것이, 스웨덴을 이겼다면 16강에 진출하지 않았겠나 싶은 거다. 그래도 3차전에 보였던 기적 같은 모습은 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국내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텐데 다 잘해줬다.”

지난 6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통해 유튜버로 변신한 김병지 SPOTV 축구해설위원. 사진 성우애드컴

- 골키퍼 조현우의 선전이 같은 포지션 선배로서 뜻깊었겠다.

“K리그 해설하면서도 조현우를 좋게 평가했다. 위기관리 능력이 좋았고, 큰 키인데도 공을 잡고 처리하는 범위가 넓었다. 독일 전에서도 조현우 선수의 선방이 독일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팀에서 4, 5할을 맡아줬다고 생각한다.”

- 반대로 독일 골키퍼 노이어는 골문을 비웠다가 우리에게 추가골을 헌납했다. 골문을 비우고 나오는 건 김 위원의 현역시절 단골 스타일이기도 한데.

“배우려면 내게 똑바로 배워야했다고 생각한다.(웃음) 나는 2001년 파라과이전 때 골문은 비웠지만 골은 먹지 않았다. (웃음) 골을 넣는 위치가 아닌데 올라간 것은 노이어의 실수라고 본다. 노이어가 지금의 많은 골키퍼들이 보고 배우는 대상이라고 생각했을 때 좋은 경험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 많은 선수출신 해설위원들이 있지만 골키퍼 출신은 김 위원이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미드필더나 공격수는 골이 중요하다. 골은 축구의 꽃이니까. 하지만 골키퍼가 좀 더 필드플레이어들의 심정을 잘 알지 않겠나 생각한다. 필드 플레이어들은 공에 집중하지만 골키퍼는 나를 제외한 21명의 선수를 다 보고 벤치도 본다. 그런데서 오는 세밀함의 차이가 있다.”

- 유튜브 축구 전문 BJ 감스트와의 인연도 화제가 됐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도 감스트의 영향이 있다던데.

“감스트가 유튜브에서 축구게임을 하면서 선수강화 카드를 뽑았는데 내가 연속으로 네 번 나왔다. 그걸 ‘포병지 사건’이라고 하더라. 이 친구가 욕을 많이 하면서 분노했는데, 막상 만나니 사람이 착하고 괜찮더라. 결국 그 사건으로 감스트가 유명해졌으니 우리는 서로 유명해지게 해준 덕이다. 감스트가 MBC에서 해설을 한다는 걸 들었는데 기왕 메이저로 나왔으니 자극적인 것이 아닌 좋은 방향으로 영향력을 끼쳤으면 한다. 내가 유튜브를 하면서도 ‘30만 구독자가 안 되면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아직 용서한 것은 아니다.(웃음)”

지난 6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를 통해 유튜버로 변신한 김병지 SPOTV 축구해설위원. 사진 성우애드컴

- 현역 당시 ‘자기관리의 표본’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체중관리를 하나.

“현역 당시에는 경기력이 되지 않으면 감독님들이 써주지 않았다. 지금도 술, 담배는 안 한다. 현역 때는 목표 체중에서 1㎏ 이상 오가지 않았는데, 올해는 최근 교통사고를 한 번 당해서 운동을 못 해 3~4㎏ 정도 쪘다. 하지만 뭐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2㎏도 뺄 수 있다.”

- 이렇게 관리를 열심히 했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출장이 없다는 건 좀 아쉬울 것 같다.

“히딩크 감독님을 존경은 하는데 솔직히 밉다. 우리가족은 더 미워한다.(웃음) 3~4위전을 나왔다면 이런 마음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어린 마음에는 많이 서운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한 것도 있었다. 그때는 자존감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의 존재감은 절대적인 거니까 평가 절하 할 수는 없다. 결국 좋은 성적을 냈다. 3~4위전 못 뛴 것에 대한 아쉬움만 있다.”

- 용접공 출신으로 축구선수가 됐고, 결국 ‘전설의 골키퍼’ 대열에 올라 유튜버도 됐다. 이런 도전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학교 다니면서 공장 검사실에서 1년 3개월을 일했다. 대학교를 못 가서 직장팀에서 프로에 도전했다. 다들 미쳤다고 했다. 재계약을 이후 계속 팀을 옮기면서 했는데 당시에는 그게 힘든 줄 몰랐다. 바늘구멍을 뚫고 가는 일이었다. 현장에 있을 때는 프로의 벽이 그렇게 높은지 몰랐다. 나는 그저 ‘베스트 원(Best One)’이 아닌 ‘온리 원(Only One)’이 되고자 했다. 하나를 특출나게 잘 한다면 결국 쓰임새가 있다는 말이다.”

- 유튜브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일이 있나.

“연봉 4800만원을 받을 때 연봉 2억 만들겠다는 꿈이 이었다. 4년 만에 2억이 됐다. 단계를 올리는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구단주를 꿈으로 갖고 있다. 1조원 규모의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얼토당토않은 말 같지만 연봉 2억을 혼자 만드는 것보다 1조원 모으는 게 쉽다. 유튜브는 하나의 방향성이다. 지금은 ‘꽁병지(꽁지머리 김병지)TV’이지만 이것이 ‘꽁쇼핑’도 되고 ‘꽁채널’도 된다. 최근 홈쇼핑 MD(제품 디렉터)와 만났는데 이 개념에 전문가들이 놀랐다. 유튜브가 모체가 되고 PPL(간접광고)를 하면서 쇼핑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이렇게 해서 서울 강북 쪽에 구단을 만들고 싶다. 아파트 주변 20만 거주민 정도만 있으면 된다. 내 600경기, 700경기 출장을 무리라고 했던 사람들에게 보였던 것처럼 그렇게 할 거다.”

- 유튜버로서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만들었다. 축구 콘텐츠를 하면서 팬들이 원하는 방향을 수렴해 가는 것이 목표다. 이기는 게 중요한 스포츠 문화가 아니라, 지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K리그 많이 사랑해주시고, 모두 ‘온리 원’이 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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