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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이슈]‘아이돌 앨범 기부’ 순수한 나눔인가요?

지난 12일 열린 모구청 교육축제 참가자 전원에게 나눠준 강다니엘의 앨범. 사진 이유진 기자

“XX 팬클럽, 공공기관에 앨범 1만장 기부.”

기부 소식은 언제나 훈훈하다. ‘아이돌 앨범’ 현물 기부는 지역구청, 헌혈기관, 소외자 후원 단체 등 각종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늘고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는 기부 방법을 묻는 아이돌 팬들의 문의글도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을 나눔으로 전하는 이 훈훈한 기부가 왜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 시작했을까?

지난 12일 ㄱ구청에서 추진한 청소년 혁신교육축제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축제 참가자 전원에게 가수 강다니엘의 데뷔 앨범을 나눠준 것. 지난 8월 발매된 따끈한 미개봉 신품이었다. 해당 축제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포토북이 포함된 강다니엘의 앨범을 받기위해 합류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후원품 기부처에는 미처 나눠주지 못한 그의 앨범들이 박스채 남겨져 있었다.

해당 물품은 강다니엘의 팬들이 한 소외계층 지원 기관에 기증한 물품이었다. 모든 축제 참가자한테 배포해도 여전히 남겨진 기증품의 모습은 깔끔하지 않은 뒷맛을 안겨준다. 앨범 기부의 원류를 따라올라가다보면 팬들의 앨범 ‘사재기’ 의혹과 조우하게 된다.

팬들에게 앨범 대량 구매는 해당 가수에 대한 응원 메시지다. 초도 앨범 판매 기록은 곧 언론 기사로 이어져 가수의 입지와 흥행에 큰 도움을 준다.

대량 구매가 단순한 팬심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행되기도 한다. 팬들에게 앨범 영수증은 곧 팬사인회 응모권이기 때문이다. 많은 앨범을 구입할수록 팬 사인회 당첨 확률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사재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 아이돌 기획사는 앨범 한 장당 랜덤 쿠폰을 증정해 퍼즐을 다 맞춰야 팬 사인회 갈 수 있도록 중복 구매를 유도하는 등 사행성을 부추겼다.

온라인상에서는 한 남성이 경험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헌혈했는데 남자 아이돌 앨범을 받았다. 포토북 앨범이라니 현타(현실 자각 타임)을 온다’며 앨범을 ‘냄비받침’에 비유하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일명 ‘짬처리’라는 비속어로 팬들의 ‘앨범 기부’를 비하하고 있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아이돌 앨범의 기부 방법을 묻는 글들. 사진 온라인 캡처

‘받지 않으면 그만이지 기부의 순수한 의미를 폄하하지 말라’라는 반론도 있다. 앨범 판매량도 늘려주고 앨범을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1석 2조라는 주장이다. 기부를 받는 기관의 입장은 어떨까? 공공기관 역시 현물을 처리할 방법을 쉽게 찾지못해 곤란을 겪기도 한다. 한 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누리꾼은 “제발 앨범 기부하지 말아달라. 복지관 창고에 온갖 아이돌 앨범이 쌓여있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이른바 ‘앨범 응모권’은 일본 아이돌 기획사가 만든 스타마케팅에서 시작됐다. 2006년 데뷔한 아이돌 그룹 AKB48은 앨범 내 ‘악수권’과 ‘총선거 투표권’을 첨부해 팬들의 사재기를 이용해 음반 판매량을 늘려나갔다. 앨범을 1000장 단위로 구매했다는 일부 팬들의 인증도 이어졌다. 필요한 쿠폰만 취한 뒤 남은 다량의 CD는 불법 폐기해 현지에서는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해당 아이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높아졌다.

상술로 뒤범벅된 일본 아이돌 앨범 시장의 결과물에 비하면 기부를 이용한 ‘앨범 나눔’은 긍정적인 형태일 수 있다. 그러나 기부에 따른 ‘테이크’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선한 영향력’에 대한 사료도 함께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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