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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달수, ‘미투’ 이미지 벗나…“보기 불편? 자연스러운 거죠”

배우 오달수, 사진제공|씨제스

배우 오달수가 느릿느릿 걸어왔다.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안녕하세요’란 짧은 인사를 건네자 현장엔 어색한 미소가 감돌았다. 2018년 ‘미투’ 의혹으로 활동 중단한지 3년 여만에 그는 다시 대중 앞에 나서기로 했다. 존경받는 정치인 ‘의식’으로 분한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으로 말이다.

“많이 떨리고 겁납니다. 두렵고 낯설고요.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차여서 손목을 그어본 적은 있어도, ‘미투’로 인한 그런 데미지(손해, 피해)는 처음이었거든요. 그 논란 이후 이 작품 개봉이 불확실했어요. 이번처럼 개봉에 관해 무한 책임을 느꼈던 적도 없었어요. 지금이라도 개봉하게 돼 다행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용기내어 대중 앞에 선다’고 했지만 불편한 시선도 분명 있었다. 해당 사건이 공소시효만료로 내사종결된 터라 의혹이 깨끗하게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복귀’를 택한 게 무리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흘러나왔다.

“보는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게 자연스러운 거고요. 저도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그런 것들이 지워질까’란 생각도 안 해봤어요. 인생이란 게 딱 재단할 수도 없고 이게 더 좋은 계기가 될 지도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금방 까먹을 수 없는 거니, 저도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오달수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미투’ 이후 세상에 나서는 심경, 작품 활동에 대한 그리움과 의지, 세상의 비판에 대한 소신 등 여러 질문에 차분히 대답했다.

■“난 더이상 웃음을 줄 수 없다? 아무도 장담 못해”

‘이웃사촌’은 2018년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주연인 오달수가 ‘미투’ 논란에 휩싸이면서 개봉이 표류했다. 극 중 고 김대중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 ‘의식’을 연기했기에, 제작진의 고민은 더욱 깊었을 터였다.

“영화 안에서도 ‘오달수’가 보인다는 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 난리를 쳤는데 안 보이면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고집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그동안 제가 웃음 주는 연기를 많이 해와서 ‘이젠 관객들이 웃음을 거둬버릴 거다’라고도 하는데, 그건 아무도 장담 못하는 거죠. 실소를 터뜨릴지, 어찌 될지는 작품을 통해서만 판가름 날 것 같아요.”

정치색으로 읽힐 작품의 배경과 소재에 대해선 달리 봐달라고 부탁했다.

영화 ‘이웃사촌’ 속 오달수.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이런 폭력적인 시대가 있었다’란 시각으로 봐주면 좋겠어요. 저야 그 시대를 거쳐왔지만, 그 아래 세대들은 이토록 사람이 숨 쉴 수 없는 시절이 있었다는 걸 모르잖아요? 또 가족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고요. 웃음은 저 아닌 제 이웃집(정우·김병철·조현철)에서 책임지고 있으니 재밌게 봤으면 합니다.”

출연을 제안한 이환경 감독과는 막역한 사이였다. 이 감독의 전작인 ‘7번방의 선물’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감독과 배우 이상의 사이죠. ‘의식’ 역엔 철학과 감성에 녹아있어야 하는 터라 부담스러워 두 번을 고사했는데, 시나리오까지 고치면서 제안하더라고요. 안할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개봉이 미뤄진 후 감독이 그러더라고요. ‘아무 걱정하지 마라. 그 기간 더 많이 편집하고 깔끔하게 고치겠다’고요. 위로 받을 처지는 못 돼지만 위로해줘서 감사했어요.”

■“‘미투’ 이후 술로 지새…가족이 큰 힘 됐다”

알려진 것처럼 그는 ‘미투’ 의혹에 휩싸이자 모든 작품에서 하차한 후 고향 부산으로 내려갔다. 초반엔 술이 위로가 됐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어요. 패닉에 빠져서 술로 시간을 보냈더니 주변에서도 안타깝게 바라보더라고요. 다행히 가족들이 잘 보듬어줬어요. 애도 아닌데 24시간 보호해주더라고요.”

그러다 부산 고향집이 언론에 노출됐고, 스포트라이트에 부담을 느낀 그는 거제도로 숨었다.

“스트레스였어요. 형님이 거제도로 불러줘 건너갔는데, 무심하게 텃밭도 가꾸고 영화도 보면서 세월을 보냈죠. 영화하곤 관련없는 친구들과 얘기 나누기도 했고요. 어떻게 보면 제게 귀한 시간이었어요. 단순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연기가 그립지 않았느냐고 묻자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움이 왜 없었겠어요. 예전엔 1년엔 한두달도 못 쉬면서 일했는데, 긴 시간 현장을 떠나서 살다보니 ‘그 때가 참 그립고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 배우로 돌아오고 싶었고요.”

‘복귀’ 카드를 정면으로 내세웠지만 ‘미투’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지는, 관객의 손에 달렸다.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 물었다.

“글쎄요. 아직까지 잡혀있는 건 없어요. ‘이웃사촌’이 코로나19 속 얼마나 잘 버티고 나갈 수 있을지가 지금 제가 말할 수 있는 계획입니다. 앞으로 내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사건이 터지기 전으로 돌아갈 겁니다. 작품이 들어오면 읽어보고, 시나리오가 좋으면 감독이 누군지 알아보고, 정확하게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영화인지, 캐릭터는 마음에 드는지, 제 나름의 기준으로 영화를 선택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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