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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존스 ‘링위의 110억 포옹’

핵주먹 타이슨 옛말

졸전 끝 무승부 ‘헛심’

로이 존스 주니어와 마이크 타이슨이 경기 뒤 세계복싱평의회(WBC)의 명예 챔피언 벨트를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기대가 너무 컸나.’

왕년의 복싱 스타의 현란했던 움직임과 파워풀한 주먹은 어쩌면 그냥 기억으로 남겨두는게 더 나았을 뻔했다. 마이크 타이슨(54)과 로이 존스 주니어(51)의 복싱 레전드 매치가 졸전으로 끝났다.

타이슨과 존스 주니어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무관중 속에 이벤트 대결을 펼쳤다. 50대에 접어들었지만, 복싱 역사상 최고의 재능을 갖춘 두 선수였다는 점에서 복싱 올드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현역 시절에는 성사되지 않았던 레전드 대결이다.

우려대로 두 선수 모두 흘러간 세월에 과거의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15년 만에 링 복귀전을 치른 최연소 헤비급 챔피언 출신 타이슨의 강렬했던 ‘핵주먹’은 무뎌졌고, 현란한 프리스타일 스텝에 날카로운 훅으로 무장해 ‘캡틴 훅’이라 불렸던 4체급 석권 챔피언 로이 존스 주니어(51)는 링 구석구석으로 피하기 바빴다.

2분씩 8라운드에 걸쳐 진행된 이날 경기는 라운드 내내 무기력했다. 두 노장 복서는 이미 1라운드가 끝난 직후부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나마 이날 복귀전을 위해 무려 45㎏을 감량하면서 자신이 최연소 헤비급 챔피언 당시 몸무게로 돌아간 타이슨이 매서운 주먹을 몇 차례 휘두르며 공격적으로 다가섰고 존스는 타이슨의 펀치 궤도를 벗어나는데 급급했다. 체력이 바닥난 둘은 서로 껴안고 있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났다. 8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에도, 서로 포옹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는 비공식 시합이기 때문에 승자와 패자를 가리지 않았다. 세계복싱평의회(WBC)는 전직 복서 3명으로 비공식 채점단을 꾸린 뒤 무승부를 선언했다. 그렇지만 화제성은 충분했다. ‘USA투데이 스포츠’는 자체 채점에서 “타이슨이 78-74로 이겼다”며 타이슨의 적극성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줬다. 2라운드에 존스 주니어가 타이슨의 복부 공격에 적지 않은 데미지를 입은 것으로 봤다. 경기를 앞두고 잠시 눈시울이 촉촉해졌던 타이슨은 “무승부였지만 내가 관중들을 즐겁게 해줬다”고 이야기했다.

두 선수는 재대결을 원한다. 타이슨은 경기 뒤 “우리는 다시 한번 싸워야 한다”고 했고, 존스 주니어도 “무승부에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며 화답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중계한 ‘4전 5기’의 신화로 유명한 홍수환씨는 해설을 끝내며 “이런 시합은 안 하는 게 낫다”며 실망스런 경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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