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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TV연구소] 사생활 폭로…예능도 ‘막장’에 빠졌다

케이블·종편 방송사 위주로 방송되는 사생활 폭로 예능이 시청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사진 각 방송사

“남편이 제 사촌과 바람이 났어요”

“친자 아닌 두 아이가 제 호적에 올라와 있어요”

KBS Joy 예능 ‘무엇이든 물어보살’(이하 ‘물어보살’)이 기존 ‘폭로’ 예능와 매우 다른 점은 재연배우의 연기로 사연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당사자가 직접 카메라 앞에 나와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이다. 그간 갑상선암을 앓고 있는 임산부 사연이나 씩씩하게 가정을 꾸린 어린 부모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 등 아픔을 가진 이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풀고 대화하며 치유 받는 과정을 그려내기도 했다.

최근 ‘물어보살’은 실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극단적이고 충격적이 사연이 등장하면서 대중을 놀라게 했다. 연륜과 지혜가 돋보였던 선녀보살 서장훈도 이렇다할 조언을 포기한 사례들이다. 자극적인 사생활 소재들은 영상이나 ‘짤’로 재생산되어 온라인 SNS나 대형 커뮤니티로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물어보살’은 실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극단적이고 충격적이 사연이 등장하면서 대중을 놀라게 했다. 사진 KBS Joy

사생활을 거침없이 공개하는 예능은 ‘물어보살’뿐 만이 아니다.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는 부부간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재연하면서 출연 연예인들이 자신의 부부생활을 털어놔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역시 실제 이혼 연예인 부부들의 사생활을 깊게 조명하며 관찰 예능과는 또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사생활 폭로 예능의 원류를 따라가보면 과거 미국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던 일명 ‘리얼리티 막장쇼’와 만날 수 있다. NBC 장수 토크쇼 ‘The Maury Show(더 머레이쇼)’는 막장 사연을 가진 이들이 출연해 방송 중 친자를 밝힌다거나 바람피운 상대를 직접 만나게 해주며 자극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출연자들끼리 주먹다짐과 난투극은 기본이다. 2000년 첫 방송 이래로 미국 최고 시청률을 자랑한 CWTV 리얼리티쇼 ‘Cheaters(치터스)’는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한 의뢰인의 신청을 받아 현장을 급습하는 것으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썰’이 아닌 생생한 상황을 직접 보여주는, ‘물어보살’ 등의 ‘매운 맛’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최명기 소장은 사생활 폭로 예능이 점점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추문에 흥미를 갖고 뒷담화를 즐긴다. 사람들은 이야기 속 당사자를 비난하며 자신이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환상을 갖거나 사연 속 일탈에 대리만족하며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급변한 미디어 환경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들은 단박에 눈길을 끌지 못 하면 시청자에게 바로 외면당하고 도태된다. 유튜브 등 신 미디어들은 규제의 빈틈을 타 자극적인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으니 초조해진 방송사도 이를 좇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최 소장은 “다양한 1인 방송들이 등장하면서 레거시 미디어인 방송사는 시청률과 화제성이 위협받고 있다. 그들이 가장 빠르게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가십성 소재에 자꾸 집중하는 이유다. 그러나 결국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기다보면 시청자들은 곧 식상해질 것”이라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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