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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의 스포츠IN] 혹시 신세계 크레인즈? 신세계 두루미즈?

새끼를 돌보는 두루미, SK 유니폼 입은 김광현. 경향신문DB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근 한 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우승하려고 구단을 인수했다. 이름을 짓는데 웨일스, 마린스, 팬서스 등을 고려했다. 하지만 인천 하면 딱 떠오르는 이름, 공항과 관련 있는 것으로 정했다. 노란색을 쓰지 않겠다. 빨간색은 살리겠다.”

정 부회장의 힌트로 이름을 추측해본다. 신세계 크레인즈(Cranes)?

크레인은 두루미다. 두루미는 인천 시조(市鳥)다. 두루미는 한자로 학(鶴)이다. 송학동, 청학동, 선학동, 학익동, 문학동의 학자가 모두 학(鶴)자다. 야구장이 있는 문학동은 옛 인천의 도읍지다. 두루미는 멸종위기 천연기념물로 세계적으로 귀하다.

두루미는 머리가 붉다. 정확한 영어 이름은 ‘Red-Crowned Crane’이다. ‘붉은 왕관을 쓴 학’이다. 왕관은 최고, 우승을 의미한다. 흰색 유니폼, 붉은 모자를 쓴 SK 선수들과 닮았다. 두루미는 크기가 엄청 큰 새다. 비행기가 연상된다. 두루미는 나무가 아니라 땅에 둥지를 튼다. 둥지가 야구장이라면 비행기가 착륙하는 곳은 공항이다.

인천시는 1996년부터 두루미를 인천시 캐릭터로 써오다가 2017년을 끝으로 점박이물범으로 바꿨다. 두루미는 22년 동안 인천을 대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1997년부터 2018년까지 역시 22년동안 인천을 지키다가 쫓겨났다. 두루미는 최근 강화도 남단, 영종대교에서 아주 오랜만에 목격됐다. 신세계도 인천으로 돌아왔다.

두루미는 “뚜루 뚜루” 운다. 그래서 두루미로 명명됐다는 게 정설이다. 신세계 온라인 쇼핑몰은 SSG(쓱)이다. 의성어, 의태어는 사용폭도 넓고 응원 구호로 쓰면 재미난다.

이 정도면 구단 이름으로 괜찮지 않을까.

두루미는 알고 보면 좋은 게 너무 많다. 수명이 15년 안팎인 다른 새에 비해 월등히 긴 30~80년이다. 몸길이 140~150cm, 날개 편 길이 240cm, 몸무게 10kg로 몸집이 무척 크다. 잡식성이다. 물고기, 개구리, 도마뱀, 게, 달팽이, 잠자리, 쥐, 오리, 미꾸라지, 새우, 뱀, 조개, 옥수수, 벼, 당근 등을 먹는다. 심지어 호랑이 등 맹수와 싸워 쫓아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들끼리 다툴 때 때만큼은 소리로 겁만 줄 뿐, 서로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두루미는 우아함, 고고함을 상징한다. 두 다리를 곧게 펴고 서 있는 자태는 간결하면서도 품위 있다. 신선과 사는 영물로 여겨져 선학(仙鶴)으로 불린다. 조선시대 문관 관복에는 두루미가, 무관 관복에는 호랑이가 그려졌다. 십장생은 해, 돌, 물, 구름, 산, 거북, 학, 불로초, 소나무, 대나무다. 두루미는 동물 중 ‘유이’하며 조류 중 ‘유일’하다. 두루미는 평생 일부일처제로 가족단위로 주로 산다. 정절, 행복 등을 상징한다. 두루미가 나오는 꿈은 길몽이다.

두루미는 전 세계에 2000마리 정도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절반 정도가 일본에 서식한다. 이동하는 경우에는 중국에 500마리, 남북을 합해 한반도에 1000마리 정도가 날아온다. 두루미는 아주 영리하다. 원숭이 두 배인 60가지 소리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두루미는 춤을 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전통춤에도 학춤이 여럿이다. 두루미는 나뭇가지 등을 던지면서 놀기도 한다. 가족 중심으로 여행, 힐링, 쇼핑, 놀이 등을 모두 잘하는 셈이다.

신세계는 조만간 구단 이름을 발표한다. 크레인즈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이글은 놀 줄 알고 노는 걸 파는 기업이 구단명에 대해 힌트를 줬기에 퀴즈를 풀듯 추측한 것뿐이다. 팬들이 재밌게 읽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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