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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하의 러브월드] 콘돔의 아이러니…성인용품과 의료기기의 다리 사이①

텐가, 바나나몰, 새티스파이어, 사가미, 우머나이저….

나름대로 유명한 어덜트 기업과 브랜드 이름은 귀에 익숙한 편이지만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건 아직 겁이 난다. 성인용품은 무리다.

심지어 콘돔도 어렵다. 이 나이 먹고도 콘돔 하나 사기가 껄끄럽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앞에 콘돔 박스를 내려놓기 곤란하다. 바코드 찍기를 기다리는 순간이 떨린다. 나는야 전형적인 한국 사람. 뭔가 극적인 변화가 오지 않는 한 평생 가도 고쳐지지 않을 거 같다. 의외로 많다. 해외에서 자유로이 쓰이는 성인용품은 둘째치고, 콘돔 하나 사기 쑥스러워하는 이들이 아직도 꽤 된다.

닳고 닳은 우리도 이 정돈데, 풋풋한 사랑을 시작한 새싹들은 오죽할까? 그대들은 알고 있는지? 콘돔은 일반적인 성인용품이 아니란 것을. 콘돔이란 가장 간편히 쓸 수 있는 피임 도구이자 성병 예방 장치다.

따라서 나이 제한도 없다.

많은 이들이 콘돔에 연령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 나라님들의 생각은 좀 달랐나 보더라. 2000년대 초반까지 청소년의 콘돔 구매를 ‘탈선’이라 표현했다. 대학생의 혼전 성관계를 ‘문란’이라 말했다. 그것이 만든 결과야 뭐, 다음과 같다. 청소년 낙태율이 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 피임 상식 최하위 여기에 콘돔 사용률, 피임약 복용률도 다시 떨어지는 추세란다.

아!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대한민국에도 있었구나.

지난 십수 년간 늘어난 건 어째 우리 집 뒷골목의 모텔뿐인 거 같다. 슬픈 얘기다, 이거. 한 시사 주간지가 청소년과 함께 편의점·할인점·슈퍼마켓·약국 등에서 콘돔을 구매하는 실험을 했다. 대부분의 매장이 청소년에게 콘돔을 팔지 않았다.

역정을 내는 곳도 있었다. 실상 청소년은 콘돔 구매 시도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결정적 이유는 사회적 시선과 보수적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자판기 콘돔을 이용하긴 더 어렵다. 결국 비닐봉지, 랩 등으로 피임을 시도하는 경우까지 있다! 믿겨지는지? 전후 세대 얘기 아니다.

즈믄둥이가 태어난 지 20년이나 지난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얘기다! 2015년에 나온 청소년건강행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피임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임신을 경험한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80%에 가까운 수가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미국 10대 청소년의 피임 실천율이 9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안타까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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