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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탈북 가수 전향진 ‘비목’으로 전한 현충일의 아픔

모두파트너 제공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옛날 천진스러웠던 추억이 유난히 사무치는 날이 있다.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은 그리움이 되어 눈앞에 놓인 비석의 무게를 견딘다. 아름다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게 당신 덕분임을 알기에, 비석에 수 놓인 글씨를 한시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가수 전향진이 부른 ‘비목’(장일남 작곡·한명희 작사의 가곡)이 이러한 추모의 뜻을 대변한다. 전향진은 현충일을 맞아 유튜브 채널 ‘풀피리프로젝트’의 ‘기념일노래 함께 부르기’에 ‘비목’을 불러 올렸다.

전향진은 2014년 노래의 자유를 찾아 북한에서 한국으로 온 가수다. 분단의 아픔을 생생히 겪은 그이기에, 나라를 위한 희생에 얼마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 구슬픈 ‘비목’으로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는 전향진. 현충일을 맞아 전향진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전향진과의 일문일답]

- 2019년부터 매년 ‘비목’을 가창해 유튜브 채널 ‘전향진의 사랑노래’에 게재했다. 이번에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

“6·25 전쟁에 얽혀있는 우리 가족의 아픔이 그 출발점이었다. 외할아버지께서 제주도 출신이었는데,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일본으로 피난 갔다. 6·25 전쟁이 일어난 후 생계를 위해 온 가족을 데리고 북한으로 떠났다. 전후복구 건설이 마무리된 후 통일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실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남한에 갈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고향만 그리워하다 돌아가셨다. 할아버지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이별을 견뎌야 했던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했다. 가족의 부재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내 노래로나마 공감할 수 있길 바랐다.”

- 전향진 표 ‘비목’을 듣고 함께 눈물 흘리는 팬들이 많다.

“6·25 전쟁 중 피난길에 오르다 형을 잃은 한 팬의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형의 시신을 묻어주지도 못하고 떠나야 했던 순간이 여전히 눈에 밟힌다고 하더라. 결국 그 마음이 나라에 대한 원망으로 번져 북한에 대해 미운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부른 ‘비목’을 듣곤 상처가 눈 녹듯이 내렸다고 말씀했다. 내 노래를 듣고 훗날 하늘에서 형과 만날 것을 기약하는 팬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 전향진 표 ‘비목’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닿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처음 한국서 가수 생활을 시작했을 땐 생계에 쫓겨 그저 ‘노래를 부르는 행위’에만 집중했다. 그래서인지 2019년 처음 불렀던 ‘비목’은 성악 기법을 어떻게 잘 살릴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기교보다 감정을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다.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아픔의 당사자인 듯 가사를 읊어나갔다. 젊은 피를 나라에 바친 고향 친구를 생각하며 그리움을 노래했다. 지난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순 없지만, 어깨 너머 이별의 아픔을 느꼈기에 ‘비목’에서의 감정이 잘 전달된 것 같다.”

- 앞으로도 현충일을 기념해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매년 이맘때마다 ‘비목’을 부를 것이다. 내가 노래를 못 부르게 되는 날이 올 때까지 이어가고 싶은 프로젝트다. 이 외에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노래가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부르겠다. 앞으로도 이들을 추모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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