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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TV연구소] 예능, ‘펜트하우스’

‘펜트하우스3’ 드라마인가, 예능인가. 지난 11일 방송에서 배우 박은석이 레게머리를 한 채 등장했다. 사진 SBS

‘펜트하우스3’가 ‘순옥적 허용’을 감안하더라도 황당하고 무리한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펜트하우스’ 시리즈는 개연성을 따지고 들지 않는 드라마다. 시즌1과 2에서 속도감 있는 전개와 자극적인 스토리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막장의 여왕’ 김순옥 작가의 세계관에서는 무엇이든 허용 가능했다. 갑자기 죽었던 인물이 부활하거나 선역이 빌런이 되어 행동해도 ‘김순옥이니까’로 설명이 가능했다.

방화, 납치, 폭발, 폭행, 살인, 불륜, 감금… 지난 시즌에서 드라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극적인 장면 때려넣었던 터라 더이상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아둘 미끼가 떨어진 것일까? 지난 4일 첫 방을 시작한 SBS 금요극 ‘펜트하우스3’는 돌연 코미디 장르에도 도전 중이다.

지난 11일 방송된 배우 박은석이 등장은 가히 충격이었다. 그는 자신이 맡았던 배역 ‘로건 리’의 형, ‘알렉스’로 분했다. ‘로건 리’는 시즌2 마지막에 자동차 폭발 사고로 사망했기에 다른 캐릭터로의 재등장은 불가피했다. 그는 가수 밥 말리를 연상시키는 굵은 레게머리와 얼굴에 낙서처럼 그려넣은 타투를 한 채 나타났고 이는 마치 ‘예능 속 벌칙’을 연상케했다.

1인2역은 ‘심수련’과 ‘나애교’로 분한 이지아의 경우도 있지만 ‘로건 리’는 지난 시즌 내내 ‘외동’이라는 설정이 있었음에도 버젓이 형으로 등장한 점은 제작진이 캐릭터 설정을 잊은 것일까, 또 다른 반전이 숨어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모든 것이 ‘순옥적 허용’이다.

‘펜트하우스3’ 드라마인가, 예능인가. 사진 SBS

PPL(간접광고)도 한 치 망설임없이 기세등등하게 등장해 오히려 실소가 터져나왔다.

같은 날 방송에서 ‘천서진’(김소연)은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딸 ‘하은별’을 만나기위해 커피숍을 찾았다. ‘천서진’은 다급하게 “엄마도 여기 빙수 좋아하는데. 여기 빙수는 이렇게 먹어야 해. 아 맛있다”라며 직접 먹는 노하우에서 먹방까지 선보인다. 그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는 ‘하은별’과 ‘연분홍’… 시청자의 표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펜트하우스’는 기존 드라마처럼 스토리를 따라 감정이입하고 공감하는 몰입의 즐거움보다는 순간적인 자극과 황당한 웃음코드로 시선을 잡아두는 요소로 더욱 시청률 승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드라마 보다는 차라리 시트콤이나 예능에 가깝다.

이에 질세라 지난 12일 시즌2를 시작한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도 첫 회부터 사망한 노주현을 흐릿한 모습의 ‘영혼’으로 다시 등장시켜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두 드라마 모두 예능 장르로 ‘연말 연예 대상’을 노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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