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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② 에이프릴 “이현주 옆, 우리는 늘 범죄자 였다”


에이프릴 이나은이 2016년 당시 일기장 전체와 심리치료상담 기록지를 ‘스포츠경향’에 공개했다.

“언니가 또 아프다. 요즘들어 더 나까지 지치고 멤버들도 지친다. 알고 싶다. 어떤 문제인지. 내가 이해하긴 너무 큰 산인가…정말 이 꿈을 하고 싶어하긴 할까?” -2월 25일 이나은 일기

“언니가 또 아프다. 가슴이 뜨겁다. 선물은 좋지만 연습과 노력은, 힘든건 싫다고 한다. 저렇게 하면 원하는게 이루어지는건가? 정답이 있을까? 비참하고 힘든 하루다” -2월 27일 이나은 일기

“저는 정말 심각해요. 하루에도 몇 번 씩 죽고 싶어요. (현주 언니는)아무 노력 없이 왕관만 얻으려해요” -3월 31일 이나은 심리치료 기록지

“연습 2년 중 1년을 아팠는데 너무 이기적인거예요…이제는 너무 보기 싫어요, 다른 애들 힘든 것도 싫고…열심히 한 사람은 바보가 되는 건지 싶고…이제 한계가 오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버티는 것 같아요. 잘 안우는데 최근에 매일 울었어요. 요즘엔 죽고 싶어요. -4월 16일 김채원 심리치료 기록지

“처음으로 4명이서 음악방송을 했다. 4명으로 바꾼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아서 너무 헛갈려서 틀려버렸다. 엄청 걱정을 했다.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우리 멤버들이 참았던 눈물을 다 쏟았다. 오늘도 우울하다” -2016년 5월 13일 양예나 일기

그룹 에이프릴. DSP제공

‘스포츠경향’이 입수한 이나은의 2016년 일기장은 18살 여느 소녀들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스케줄이 빼곡히 적혀있고, 사랑하는 이들의 생일에 별과 하트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걸그룹 멤버의 다이어리여서일까. 맨 뒷 장에는 가족와 매니저 등의 연락처를 일일히 손으로 적어 둔 것이 눈에 띄었다.

이나은은 혼자만 보는 일기장에도 팬을 ‘팬 분’으로 지칭했고 “팬 분들을 만났는데 행복했다”고 적었다. 매니저나 그룹 멤버와 영화라도 한 편 보고 들어온 날이면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고 했다. 그날 녹음이 잘 안되어 잔소리를 들은 날엔 “난 왜 이럴까” 자책도 했고, “더 잘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너무나 평범하고 오히려 너무 순수해 믿어지지가 않는 그의 일기장, 그러나 유독 한 사람을 향한 원망과 그로인한 자괴감, 고통 등이 담겨 있었다.

최근 이나은의 친 언니가 동생을 옹호하며 일기장 일부를 공개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고통의 심경을 적은 일기 뒷 장에 누군가를 비난하는 내용이 적혀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일기장 전체를 확인하지 않고는 오해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2016년 2월, 이나은의 일기장에는 이현주의 연습 태만과 거짓말, 이중 행동 등으로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글이 며칠 단위로 적혀있다. 또 다른 날, 다른 달에는 ‘(현주) 언니 때문에 죽고 싶다’고 적은 기록도 있다. 실제로 이 당시 이나은과 또 다른 멤버 김채원은 약 6 개월간 심리 상담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멤버 예나와 진솔은 당시 너무 나이가 어려 상담 자체를 힘들어했다고 한다)

이에 스포츠경향은 이들의 심리상담지도 확인했다. 해당 심리 상담지에는 공통된 한 사람의 이름이 언급되며 ‘힘들고 죽고 싶다’는 내용 또한 있었다. 꽃다운 나이의 이들이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 이유가 뭘까. 이들에게 어떤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닐까.

‘스포츠경향’은 지난 주말 에이프릴 멤버(김채원, 이나은, 양예나, 이진솔)를 서울 강남 모 처에서 만났다. 이들은 각자의 집에서 정신과 통원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현주 남동생의 왕따 폭로글이 올라온 2월 28일 이후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에이프릴 멤버들은 “우리는 가해자로 낙인 찍혔고 ‘왕따 그룹’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하지 않은 일 때문에 평생 죄인으로 살 순 없다”면서 “오히려 우리가 이현주로부터 범죄자로 내몰렸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고통받았다. 우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에이프릴 멤버들은 아래는 이현주 탈퇴 후 보강된 에이프릴 멤버 윤채경과 레이첼을 제외한 에이프릴 기존 멤버 김채원, 이나은, 양예나, 이진솔과 나눈 1문 1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에이프릴 멤버 (왼쪽부터)김채원, 이나은, 양예나, 이진솔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 모 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그동안의 심경을 밝히며 침묵해야 했던 이유, 왕따설이 불거지게 된 속사정을 밝혔다.

-이현주가 그룹을 탈퇴하기 전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회사는 숙소 생활을 힘들어하는 이현주를 배려해 휴대폰도 사용하게 해줬고, 집에서 오가며 활동 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그런데 오히려 이현주가 우리를 범죄자로 몰아 많이 힘들었다. ‘팅커벨’ 앨범 준비 기간인 2016년 2월~4월 경 이현주가 우릴 가해자로 모는 일이 심해졌고, 우리 역시 극단적인 선택을 매일 생각할 만큼 괴로웠다.

이현주는 우리가 항상 뭔가를 훔쳐 갔다고 주장했다. CCTV를 다 돌려보고 우린 그 자리에 둘러 앉아서 하지도 않은 일을 긁어내야 했다. 이현주가 어느날 돈 10만원이 없어졌다고 했다. 이현주는 같은 방 쓰는 막내 진솔이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주머니 같은데 있을거라고 해 진솔이는 뒷 주머니를 까내보이다 수치스러움에 바닥에 주저 앉아 펑펑 울었다. 우리 가방도 다 뒤져보라고 해서 가방도 다 뒤집었다. 마치 벌거벗겨진 느낌이었다. 우리 인권은 없었다. 정말 못 견딜 지경이었다. 당시 숙소 내 CCTV도 다 돌려보고 심지어 외부 CCTV까지 다 돌려봤지만 그런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

에이프릴 숙소 입구에 설치된 CCTV. 멤버들은 이현주가 항상 물건을 도난 당했다고 주장하며 CCTV를 돌려보자고 했으나 그와 같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사진=에이프릴 제공

-이런 일들이 많았나.

비일비재했다. 우리는 이현주와 함께 있으면 항상 범죄자로 몰렸다. 한 번은 이현주가 ‘연습실에서 예나와 진솔이가 발을 걸고 때렸다’고 주장한 일이 있었다. CCTV를 돌려봤는데 그런 정황이 없었다. 그러자 화장실 앞 복도에서 그랬다고 말을 바꾸는거다. 또 CCTV를 돌려보니 그런 정황이 없었고, 그러자 또 말을 바꿔서 CCTV가 없는 화장실에서 맞았다고 주장했다.

지하상가에서 파는 5000원짜리 연습복이 있다. 남색인데 모양이 모두 똑같아서 구분이 되지 않는다. 엄마가 서랍장에 넣어주신걸 꺼내 입었는데 이현주가 ‘야 그거 내바지잖아’ 라고 말했다. 그땐 장난인 줄 알고 ‘이게 왜 언니 바지예요?’ 라고 물었는데 ‘길이가 내 바지야’ 라고 하더라. 또 내가 물건을 훔친 사람이 됐고, 사람들이 모두 몰려왔다.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 사람과 있다가는 내가 범죄자가 되겠구나’ 했다. 하도 이런 일이 반복되니 나중에는 멤버들이 개인 물품과 속옷에 이니셜과 번호를 적었다. 다들 트라우마가 생긴거다.

또 우리가 ‘밥 먹자’고 말하면 ‘밥을 안먹고 싶다’고 한 뒤 회사에 가서는 ‘애들이 나만 빼고 밥을 먹으러 갔다’ 고 했다. 그런 식으로 거짓말이 늘 반복됐고 우리는 또 불려가서 한 소리를 들었다. 나중에는 노이로제가 걸려서 ‘녹음기를 사자’고 했을 정도였다.

-이현주에게 직접 ‘그러지 말라’고 얘기한 적은 없었나.

이현주가 우리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 보통 자기 물건이 없어지면 ‘너네 이거 봤니?’ 라고 먼저 묻지 않나. 그런 과정 없이 바로 회사로 가서 얘기했다. 그럼 우리는 또 모두 모여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했다. 우리가 왕따를 시켰다? 아니다. 이현주가 우리 전체를 모함한 것이다. 이현주가 도난사고나 폭력을 주장했을 당시 회사와 함께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나 한번도 사실로 밝혀진 적 없었다. 또 이현주 외에는 누구도 물건이 없어졌다거나 소외당했다고 호소하는 사람 없었다. 그가 숙소를 나간 뒤엔 그런 비슷한 사건 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이현주는 데뷔 전부터 ‘왕따’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멤버들은 ‘왕따는 없었다’며 공개되지 않은 일상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은 2015년 데뷔 전 연습생 시절 모습.
이현주는 데뷔 전부터 ‘왕따’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멤버들은 그룹 내 ‘왕따’는 없었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2014년 연습생 시절 보컬룸에서 이현주와 김채원. 2016년 2월 김채원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이현주와 김채원이 웃으며 셀카를 찍고 있다.
멤버들은 그룹 내 ‘왕따’는 없었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2015년 방송 전 대기실에서 찍은 사진.
멤버들은 그룹 내 ‘왕따’는 없었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이현주와 양예나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은 2016년의 모습이나 연도 설정을 잘못해 2015년으로 표기됐다고 알려왔다.
멤버들은 그룹 내 ‘왕따’는 없었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이현주와 양예나가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은 2016년의 모습이나 연도 설정을 잘못해 2015년으로 표기됐다고 알려왔다.

-그렇다면 ‘왕따’ 이슈는 왜 불거졌다고 생각하나.

이현주는 늘 아프고 연습에 빠지고,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기 때문에 무서웠다.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같은 멤버로서 이해하려고 했고, 최대한 챙기고, 잘 지내려고 노력했다. 에이프릴도, 이현주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탈퇴 전인 2016년 2월 이현주 생일에도 우리가 생일파티를 열어줬다. 이 영상은 우리가 방송을 목적으로 찍은 것도 아니고 실제로 있었던 생일파티 영상이다. 불을 다 끄고 서프라이즈로 파티를 했는데 이현주가 촛불을 끄면서 정말 행복해했다. 자신이 왕따를 당했고, 우리가 왕따를 시켰다면 이렇게 즐겁게 생일파티를 열지도 않았을거다.

당시 돈도 없었고 엄마한테 5만원씩 받아서 쓸 때였다. 이현주를 주려고 강남역 지하상가에 가서 신발 선물을 사서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이현주 사물함에 넣어뒀다. 이후에 이현주가 KBS2 ‘더 유닛’에 출연했을 때 그 신발을 신고 나왔더라. 그때 기분이 너무 좋았었다. 내가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라면 그 신발을 신고 방송에 나왔을까?

-이현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왜 멤버들과 좋았던 추억은 잊고 본인이 왜곡된 기억만 하는건지…너무 안타깝다. 우리는 이 일로 인해 7년동안 노력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돼버렸고, 가족들까지 비난을 받으며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에이프릴은 ‘왕따 가해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달았고, 시간이 지나도 우리 멤버들은 ‘왕따 가해자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게 됐다. 이런 상황을 만든 이현주에게 사과 받고 싶고, 자신의 손으로 돌려 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왕따설 침묵한 이유, 모든 걸 다 말하겠다” 에이프릴 심경 인터뷰 ①편으로

걸그룹 에이프릴이 2016년 4월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Spring(스프링)’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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