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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라이브] 아육대에서도 ‘텐 쏘는 나라’…한국양궁의 힘은 여기서 나옵니다

25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 양궁 대표팀(왼쪽부터 안산, 장민희, 강채영)이 시상대에 서 활시위를 당기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펜싱도, 태권도도 그랬다. 스포츠는 이변이 일상인 세계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한국 양궁. 온라인에서는 ‘올림픽 양궁이란, 4년마다 한국을 저지하기 위해 세계가 결탁해 룰을 바꾸지만 언제나 금메달을 한국에 바치는 종목’이라는 농담이 공감을 얻는다. ‘아이돌도 예능에서 텐을 쏘는 나라임’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고조선 시절부터 활 잘 쏘는 ‘동이족’이어서가 아니다. 젓가락을 바탕으로 한 손기술과 감각 때문만도 아니다. 한국 양궁의 힘은 원칙과 자부심에서 나온다.

올림픽 본선보다 어렵다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원칙, 원칙, 또 원칙으로 이어진다.

2020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지자 대표팀은 2020년에 뽑은 대표팀 대신 2021년 대표 선발전을 다시 치렀다. 원칙에 기반한 결정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더라도 예외를 적용하는 대신 원칙을 고집했다.

혼성단체 대표 선발도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고려하면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40세의 오진혁, 29세의 김우진은 산전수전 다 겪었다. 경험으로 따지면 여자 대표팀에서도 최고참 강채영(25)이 나았다. 다른 나라들처럼 혼성대표를 미리 정해 호흡을 맞추는 것도 고려할만 했다.

양궁 대표팀은 끝까지 원칙을 지켰다. 가장 잘 쏘는 둘을 혼성 대표로 하기로 했고 랭킹 라운드 여자 남자 1위에 오른 안산, 김제덕을 선발했다. 대표팀 막내 궁사들은 선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거침없이 금메달까지 직진했다.

도쿄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안산과 김제덕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양궁이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 때문이다. 한국 최고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대표선발전을 다시 했고, 가장 잘 쏜 선수들을 혼성 대표로 뽑았다. 그 자부심이 경기에서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박채순 양궁 총감독은 “경기 전 상대팀에 대한 전력 분석을 하지 않는다”는 의외의 말을 했다. 왜냐고 물으니 “우리가 1등인데, 누굴 분석하냐. 2등이 우리를 분석해야지. 우리는 우리를 분석할 뿐 다른 팀들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1등이니까 분석하지 않는, 그 거침없는 자부심이 한국 양궁을 세계 최고로 이끄는 힘이다.

안산-김제덕 조는 네덜란드와의 결승에서 1세트를 내줬다. 김제덕은 “우리 연습한대로 하면 된다고 서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안산은 “딱히 크게 신경 안 쓴다. 한 판 마다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하자고 했다”며 웃었다. 상대의 화살을, 점수를 신경쓰지 않았다. 물론, 금메달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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