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8
황선우(18)의 가슴 양쪽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예선, 준결승과는 조금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황선우는 “살살 때린 것 같은데…, 긴장하면 안 아프다”라고 나중에 웃었다. 27일 도쿄 아쿠아틱센터 2020 도쿄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7번 레인 출발대 위로 황선우가 올라섰다. 한국 선수가 200m 결승에 오른 건, 2012 런던 대회 박태환(은) 이후 처음이었다. 황선우는 출발 총소리와 함께 힘차게 물로 뛰어들었다. 반응시간 0.58초. 8명 중 가장 빨랐다. 0.5초대의 반응속도는 희귀한 기록이다.
23초95
7레인의 황선우가 초반 질주를 시작했다. 황선우 특유의 로핑 영법으로 거침없이 물살을 갈랐다. 로핑 영법은 좌우팔의 리듬이 다른 엇박자 스트로크를 활용해 몸이 물 속에 잠기는 시간을 늘려 잠영 효과를 얻는 영법이다. 황선우는 오른쪽에 6명을 두고 쭉쭉 나가기 시작했다. 황선우는 “옆 선수와 비슷하게 가면 안될 것 같아서 처음부터 치고 가는 레이스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50m 턴을 했을 때 23초95가 나왔다. 폴 비더만의 세계기록 때 보다 0.28초가 빨랐다. 아쿠아틱 센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49초78
황선우의 로핑 영법은 오른쪽으로만 호흡한다. 7번 레인에서 돌아오는 50~100m 구간에서는 왼쪽의 6명이 보이지 않는다. 황선우는 다른 선수들을 의식하는 대신 치고 나가는 전략을 고수했다. 페이스를 더 끌어올렸다. 2번째 50m를 25초83에 주파했다. 세계기록과의 격차는 0.34초 차이로 더 벌어졌다. 도쿄 올림픽 수영을 보는 모든 이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비더만의 세계기록은 ‘전신 수영복’ 시절의 것이다. 새 역사가 기대됐다.
1분16초56
황선우는 지치지 않았다. 3번째 구간에서는 다시 오른쪽 6명이 보이는 구간이다. 자신을 향한 추격 레이스를 보면서 스트로크와 키킹에 더 힘을 냈다. 3번째 구간기록 26초78은 이날 레이스에서 공동 2위였다. 150m 턴을 했을 때 1분16초56으로 여전히 1위였다. 세계기록에 0.26초 뒤졌지만 메달이 보였다. 황선우는 “150 들어가면서 조금 버겁기는 했는데, 그래도 잘 버텼다”고 말했다.
28초70(1분45초26)
마지막 50m에서 눈에 띄게 스피드가 줄었다. 스트로크와 키킹의 숫자가 준 것은 아니지만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초반의 오버 페이스가 마지막 50m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황선우는 “마지막 50m는 너무 힘들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레이스 전략도 스스로 결정했다. 황선우는 “코치님들도 말씀하셨지만 제 생각에도 초반부터 확 당겨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7
메달권에서 멀어지며 7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황선우는 “150m까지는 어? 이게 뭐지? 왜 옆에 아무도 없지? 하면서 수영했다. 마지막 50m 때 오버 페이스에 걸렸다. 아쉽지만 괜찮다. 경험 쌓이면 좋아질 것 같다. 이번 대회 통해서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선우는 이번 올림픽이 사실상 첫 국제대회다.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 때는 계영 주자였다.
황선우는 “체력 관리, 컨디션 관리 이런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체력적인 부분 키우려 노력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직접 부딪혀 배우는 것만큼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황선우는 ‘로핑 영법’도 스스로 체득했다. 황선우의 다음 대회, 다음 레이스는 더 큰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