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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이슈] 이쯤되면 ‘MBC 논란’ 올림픽

대한민국 여자 배구 대표팀 김연경 선수 인터뷰 장면, MBC 측이 본래 질문과 다른 자막을 넣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엠빅뉴스’ 캡처

2020 도쿄올림픽을 이젠 ‘MBC 논란’ 올림픽이라 불러야겠다.

MBC 박성제 사장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급히 자청하며 고개까지 숙였지만 실수를 가장한 논란이 계속 터지고 있다. 올림픽 이후 조치하겠다는 박 사장의 결정이 자충수가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A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대한민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일본을 세트스코어 3-2(25-19, 19-25, 25-23, 15-25, 16-14)로 이기며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대국민 사과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MBC 박성제 사장. 사진제공|MBC

경기 직후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 측은 한일전 승리의 주역 김연경과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 속 “한일전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연경 선수가 “감사하다. 더 뿌듯하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외부 활동을 못하는데, 집에서나마 우리가 조금의 힘이 될 수 있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MBC 측은 이 장면에 “축구, 야구 졌고 배구만 이겼는데?”란 기존 질문과 전혀 다른 자막을 삽입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연경 선수나 취재진 역시 같은 날 진행된 대한민국 대표팀의 축구, 야구 경기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기에, 이런 자막을 넣은 의도에 비난이 쏟아졌다.

파문이 커지자 MBC 측은 해당 자막만 뿌옇게 처리했다. 그러나 비난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MBC가 올림픽 중계 도중 일으킨 방송사고 기록들. 위부터 개막식, 남자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야구 B조 1차전 대한민국 대 이스라엘.

MBC는 ‘국가망신’ 급 방송사고를 연일 일으키며 올림픽 기록만큼이나 ‘논란’들을 쌓아가고 있다. 앞서 개막식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자료화면으로 내보냈고, 아이티 선수단이 들어설 땐 ‘대통령 암살 후 정국은 안갯속’이란 자막을 올리는 등 적절치 못한 중계 태도로 입방아에 올랐다. 이 논란은 CNN, 가디언지 등 해외 유수 매체에도 방송돼 외교적 문제로까지 떠올랐다.

MBC는 다음날인 24일 사과문을 방송으로 내보냈지만, 25일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에서 상대 선수인 마리우스 마린이 자책골을 넣자 ‘고마워요 마린’이란 자막을 삽입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대국에 대한 배려와 존중 따윈 없는 처사였다.

유례없는 의도적 방송사고들로 집중 비난을 받자 박성제 사장은 26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에게 사과한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구체적 계획이나 징계에 대해선 “현재 올림픽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일정이 모두 끝나면 집중 조사와 논의를 할 것”이라며 언급을 피해 ‘보여주기식 사과’라는 불만을 사기도 했다.

우유부단한 박 사장의 태도 때문일까. 같은달 26일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안창림이 아제르바이잔 루스탐 오루조프를 꺾고 동메달을 따자 캐스터가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5년간 흘려왔던 땀과 눈물에 대한 대가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성적우선주의란 맹비난을 받았고, 29일 일본 가나가와 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야구 B조 1차전 대한민국 대 이스라엘 경기 중계 당시엔 6회 초 2대2 동점 상황에서 이스라엘 라이언 라반웨이가 2점 홈런을 치며 이스라엘이 2대4로 앞선 순간 ‘2020 도쿄올림픽 야구 B조 1차전 경기종료’라는 자막을 넣는 실수를 또 저질렀다.

여기에 보태어 김연경 인터뷰 논란까지 터진 MBC, 얼마나 더 많은 ‘논란’ 기록 행진을 이어갈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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