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단독인터뷰] 신기루, 개그계 역주행 신화의 아이콘 (추석특집)

2021년 연예계 전반에 불고있는 역주행 바람. 개그계에서도 역주행을 통해 섭외 1순위로 떠오른 인물이 있으니, 바로 16년차 개그우먼 신기루다.

개그맨 이용진이 진행하는 유튜브채널 ‘터키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털털한 입담을 보여준 것이 불과 지난 7월, 그의 입지는 빠르게 바뀌었다. 관련 영상의 조회수가 400만건을 훌쩍 넘었고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도 섭외됐다. 유재석과 함께 한 자리에서 털털한 모습 뒤에 감춰진 진심이 빛나면서 그의 가치는 급등했다.

15년 넘게 방송을 했지만 ‘놀면 뭐하니?’의 섭외는 몰래 카메라를 의심했을 정도로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대본도 없고 준비할 것도 없는 촬영. ‘비만계 유일의 고양이상’을 내세우며 차분히 자신의 캐릭터를 선보이던 신기루는 유재석이 그의 본명 ‘김현정’을 언급하자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두 가지 심정이었어요. 하나는 대한민국 1등의, 존경하는 선배에게서 본명을 들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그만큼 힘든 세월을 보냈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워낙 편하게도 해주셨지만 예전 생각이 나서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개그맨 신기루.
개그맨 신기루

신기루는 ‘놀면 뭐하니?’ 출연분량을 떨려서 본방송으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과 개그맨 동료들이 제 일처럼 기뻐해줬다고. 요즘 그의 일정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2년 전부터 참여했던 팟캐스트 ‘매불쇼’에 의리로 함께하는 것을 빼고는 모든 것이 새롭다. 그는 “좋아하는 술도 다음 날 힘들 까봐 못 먹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의 인기는 더 이상 그의 예명 ‘신기루’처럼 신기루에 머무르지 않는다. 손에 와 잡히는 현실이 됐다.

2005년 KBS2 ‘폭소클럽’으로 데뷔한 신기루는 15년간의 활동 기간 동안 15개의 일을 할 정도로 지독한 무명시절을 겪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tvN ‘코미디빅리그’로 무대를 옮겨도 처지는 마찬가지였다. 늘 조명을 받는 동기나 후배들 뒤에 서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개그맨이라고 하면 개인기가 있거나, 공개 코미디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 먼저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기회가 없었어요. 오히려 팬 분들은 ‘우리 삼촌이랑 다를 게 없는 삶이다’라고 해요. 방송에서도 편하게 말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해드리는 부분들이 있나 봐요. 아마 제가 연예인화가 완전히 안 된 이유도 있을 거예요.”

개그우먼 신기루.

신기루의 연예계 생활은 낙담과 좌절, 한숨으로 점철됐었다. 공개 코미디가 하나 둘 씩 사라지면서 좌절은 포기의 마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마지막 자존심으로 직업은 놓지 않았다. 부산에 30만원 짜리 행사가 있다면 기꺼이 비용을 써가며 다녀왔다. 서른이 넘었지만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날도 늘었다. 그래도 그에게 개그는 마지막 남은 꿈이었다. 이것마저 놓는다면 다시는 못 돌아올 것 같았다.

“제가 짠 대본을 보이면 ‘연기보다 글이 더 재미있다’는 말을 들을 때, 친한 개그맨들과 다니면서도 관심에서 소외될 때 많이 속상했죠. 하지만 방송은 끝까지 놓지 않았어요. 다행이 2년 전 시작한 팟캐스트 ‘매불쇼’에서 많은 분들의 인정을 받고 팬도 생기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어나갈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신기루에게 찾아온 선물같은 행운이 모두에게 오진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명절이 다가오는 걸 한탄하며 좌절에 빠져있을지 모른다. 신기루는 ‘일단 버티라.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뭐가 되려고 하면 더 안 되더라고요. 되려고 하지말고, 뭐든 하면 다 돼 있더라고요. 공개 코미디가 없어져 낙담하는 선후배, 동기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그 시간에 계속 본인 만의 무언가를 개발하고, 요즘에는 유튜브 등 통로가 많잖아요. 꾸준히 무언가를 하다보면 누군가 찾아주는 날은 분명히 옵니다.”

자신의 특기인 입담을 발휘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꿈꾸는 신기루는 추석연휴 여느 때처럼 LA갈비 4㎏를 음미하며 ‘엘(LA갈비)사(4㎏) 기루’로서의 자신을 만끽할 생각이다. 그리고 추석 이후 혹시 가능할지도 모를 ‘놀면 뭐하니?’ 합류의 기회를 차분히 기다린다.

“추석 때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 많이 하시잖아요. 원치 않는 근황을 이야기해야 할 때도 오는데, 그냥 불필요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추석 때는 음식 함께 평가하고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누셨으면 좋겠어요”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