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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펜트하우스’ 배로나 김현수 “실제로는 말 잘 듣는 딸”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극중 오윤희(유진)의 딸 배로나를 연기한 배우 김현수.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거의 1년 여를 방송했던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수확을 꼽는다면 이른바 극중 ‘헤라키즈’라 불렸던 젊은 연기자들의 급부상이었다. 악역의 희로애락을 보이며 거의 신들린 듯 시리즈 전체를 이끌었던 주석경 역의 한지현을 비롯해 극 막판 사건해결의 열쇠를 쥐었던 하은별 역의 최예빈 그리고 ‘어린 키다리 아저씨’의 느낌으로 드라마에 훈훈함을 더했던 주석훈 역 김영대도 있었다.

그밖에 과거 시트콤에서 형성된 코믹한 이미지를 벗어낸 유제니 역 진지희, 악역이었음에도 밉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이민혁 역 이태빈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발굴은 김현수라는 가능성 있는 배우를 발굴해낸데 있다.

2000년생으로 이전까지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이 연기한 천송이의 아역으로만 머물렀던 김현수는 1년에 가까운 시리즈 동안 연기력이 발전하면서 한 인물의 폭넓은 서사를 껴안을 수 있는 배우로 자라났다. 첫 시즌의 배로나는 단지 성악을 잘 하고 싶은, 엄마 오윤희(유진)의 마음도 몰라주는 응석받이에 불과했지만 시즌2에서 죽음의 위협을 겪고, 엄마의 부재까지 겪으면서 드라마 막판에는 가장 성숙해진 배역 중 하나로 거듭났다. 물론 이렇게 긴 작품을 처음 했던 김현수에게도 지금 1년은 ‘성장의 시간’이었다.

“로나는 첫 시즌부터 괴롭힘도 당하고 외롭게 지내와 힘든 감정을 갖고 연기했어요. 시즌 2와 3에서도 엄마와의 사건 때문에 우는 장면도 많이 힘들기도 했죠.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한 작품이 처음이기도 하고, 많은 응원도 받아서 뿌듯함이 남아요.”

극중 배로나는 엄마의 성악 DNA를 물려받아 선대에서 천서진(김소연)의 질투를 받았던 오윤희처럼 주석경, 하은별 등의 질투를 감내해야 했다. 그 실력에 걸맞은 성악 발성장면을 보여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처음에는 한 번에 다섯 곡씩 립싱크 요령을 배워야했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극중 오윤희(유진)의 딸 배로나를 연기한 배우 김현수.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모든 아역들이 배역의 목소리를 각기 해주시는 분들에게 성악을 배웠어요. 로나가 성악 장면도 많고, 이탈리아어나 독일어로 불러야 하는 노래가 많아 어려웠던 것 같아요. 사실 성악을 극중 인물이 하는 드라마가 없기 때문에 참고할 작품도 없었고요. 하지만 마지막에는 많이 발전했어요.”

전반적으로 극중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인 헤라팰리스에 들어가 상류층에 편입하려는 오윤희의 서사가 중심이었던 드라마에서 김현수는 사사건건 엄마의 발목을 잡는 요소였다. 심지어는 오윤희의 약점이 딸에 있는 것을 알고 납치와 협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극중 엄마에게 대들고 악다구니를 쓰는 장면이 많았는데, 실제 엄마에게는 굉장히 생경한 광경이었다.

“항상 어머니께서 본방송을 보시면서 피드백을 해주시는데, 초반에는 로나가 강한 모습이나 엄마한테 대드는 모습이 많잖아요. 제가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놀라우신 것 같았어요.(웃음) 실제로 집에서는 말을 잘 듣는 딸이거든요. 어머니께서 그런 제 모습을 재미있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실제로 대들었냐고요? 그렇진 않았지만 소심하게 반항은 했죠.”

2010년 영화 ‘하모니’를 시작으로 ‘도가니’,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각시탈’ 등에서 주로 여주인공의 아역을 도맡았던 김현수는 여느 아역이 그렇듯 성인 나이가 되면서 그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사실 이번 ‘펜트하우스’에서의 연기도 대부분이 미성년자 시절을 연기했기 때문에 그렇게 연기 변신이 필요한 연기는 아니었다. 그 역시도 성인으로서 극적인 이미지 변신은 별로 원하지 않는 눈치였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극중 오윤희(유진)의 딸 배로나를 연기한 배우 김현수.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그냥 한 작품씩 하다보면 받아들여주시지 않을까요. 그래도 지금 제 연기를 보시는 분들이 과거 제 모습과 비교하면서 몰라보시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제가 잘 한다면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고, 작품을 하면 그 캐릭터로 생각해주실 것 같아 큰 걱정은 없어요.”

이제 우리나이 스물 둘이 된 김현수의 또 다른 소원은 ‘롤모델’ 김혜자와 호흡을 맞춰보는 것이다. ‘마더’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을 보며 흔한 조손관계가 아닌 무언가 사건을 함께 파헤쳐가는 동료느낌의 배역을 꿈꾼다. 진짜 김현수의 연기인생은 이제 출발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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